▲ 김길홍 회장
6월의 정가(政街)는 국회법개정안으로 날씨만큼 무덥고 시끄럽다.

임시국회가 회기를 하루 연장하면서 6개월 이상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공무원 연금 개혁법안을 처리하면서 세월호 조사특위시 행령을 문제삼은 야당의 주장을 수용해 국회법개정안을 의결하면서 또다시 큰 사단이 벌어졌다.

협상의 파트너인 여와 야, 새누리당과 청와대, 새정치민주연합과 청와대, 새누리당의 친박비박 사이에 혼전(混戰)이 전개되고 있다.

문제된 이 개정안의 내용은 행정부가 제정된 법안의 시행령을 손질하는 고유권한을 국회가 모법(母法)의 상위 규정에 대한 해석을 근거로 경우에 따라서 시행령의 정을 강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집권 다수당으로 개정안 협상에 참여했던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강공에 한발짝 물러섰고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를 향한 대통령의 선전포고라면서 반발했다.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지게 생겼고 새누리당의 친박그룹은 협상을 주도한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서 일사불란해도 국정 현안을 해결하기가 어려운 판국에 정부와 청와대와 여당이 충돌하는 콩가루 집안의 민낯을 보였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대통령, 김대중김영삼김종필 3김시대의 정치에는 민주와 반민주의 갈등과 투쟁을 겪으면서 감동과 반전(反轉)의 드라마를 볼 수 있었다.

2002년 이후 진보진영의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친노그룹이 한국정치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파란과 곡절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의 헌법체계와 정치구도가 과거 군사정권 때처럼 자유, 민주, 인권의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고 정치활동이 제약받지 않고 있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여야가 지루하게 시간을 끌다가 겨우 합의해 협상 타결의 결과물을 내놓으면 야당과 여당 내부에서 트집을 잡든지 아니면 대통령이 반대하고 나서 정치판이 요동치는 현장을 자주 목격한다. 옛날 같으면 이런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여야가 협상과 타협에 실패하면 다수당은 표결로 결정하고 그것도 어려우면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특히 여야가 합의처리한 법안은 웬만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청와대와 정부와 여당간의 소통과 협력이 원활했고 감히 여당의 지도부가 대통령의 뜻에 반대하는 행동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야당의 대정부투쟁의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

민주화 투쟁의 선봉에 섰던 야권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씨가 대통령이 되어 집권을 경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시절 발의했던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된 후 친노세력이 야당을 장악한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야 이견이 큰 현안의 의안심의 때는 정부와 여당의 발목을 잡고 쉽게 중요법안의 처리에 합의해 주지 않았다. 종전의 전통 야당과는 태도가 돌변한 느낌이 많았다.

야당은 새누리당이 현안의 국회통과에 급급한 약점과 강행처리를 봉쇄한 국회선진화법을 울타리로 삼아 정부여당의 애를 태우기가 일쑤였다. 겨우 극적으로 타협을 이룬 법안과 의안에 전혀 관련이 없는 별건의 플러스 알파를 덧붙여 협상의 진전과 최종 타결을 방해하면서 사사건건 물고 늘어졌다.

국회선진화법의 덫에 걸린 새누리당은 이번에 국회법개정안과 지난번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50% 인상 같은 야당의 플러스 알파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받아들였다.

타협과 합의의 모양새는 갖추었지만 바로 대통령과 당내의 친박 세력과 야당으로부터 각각 공격받는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처지에 빠졌다.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및 민생문제 해결에 나서는 정부와 국회의 노력과 성과를 고대하는 국민들은 실망을 거듭했다. 국내외적으로 국가의 당면한 현안과 과제가 산적한 지금 대통령과 새누리당 및 새정치민주연합의 지도자그룹은 구태의연한 방식의 국정운영과 정치의 패턴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자성하고 혁신할 것을 간곡하게 거듭 촉구한다.

헌법상 국가의 최고지도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지도하면서도 여의도 정치의 중심에서는 초연한척 한발 물러선 모양이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박 대통령은 다수당인 새누리당 출신 대통령이다.

새누리당의 대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주요당직자와 소속 국회의원들을 자주 만나 격의없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한편 당청의 협력과 대화를 선도해야 한다. 청이 손발을 잘 맞추면 아무래도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좀 쉽게 다룰 수 있는 여지가 보일 것이다.

집권여당이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것은 대통령과 정부와 새누리당의 공동 책임이다.누구도 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제왕적 대통령은 이제 시대가 감당할 수가 없다. 민주화 시대의 역사가 30년에 가깝다. 대통령의 한 말씀에 입법, 사법, 행정이 좌지우지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두환 정권 시절 당시 민정당이 당 우위의 국정운영을 다짐했으나 실패로 끝났다. 당우위(黨優位)의 정치는 대통령 중심제와 우리의 권력구조 아래서는 불가능하다. 대통령과 정부와 여당은 공존공영하는 것이 박 대통령이 말하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아닌가 싶다.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은 사분오열(四分五)하는 역대 최약의 전통야당으로 전락했다. 당의 주인도 없고 당의 노선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호남, 비호남, 친노, 비노로 나뉘어 계파싸움에 몰두할 뿐 정권교체를 추구하는 수권정당의 면모는 찾아볼 수 없다. 그야말로 제1야당으로만 만족하는 것 같아 보인다.

야권세력의 분당(分黨)과 신당창당의 이합집산(合集散)과정을 거쳐 다시 태어나야 국민의 지지와 신망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국가적 위기를 목전에 둔 대통령과 여·야는 이제 정말 심기일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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