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길홍 회장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한사람의 죽음은 한국정치의 치부(恥部)를 또다시 드러내고 정치판 자체를 뒤엎을 지도 모를 핵폭풍을 몰고 왔다.

이완구 신임총리는 취임 직후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쟁을 선포하고 선방위 사정(全方位司正)에 야심찬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민들은 정경유착의 비리척결과 공직사회의 정화 방침에 박수를 보냈다. 이 갑작스런 사정발표는 기획과 표적의 정치적 오해를 자초한 것도 사실이다.

집권 3년차로 접어들어 타이밍도 좀 늦었다. 국정추진의 동력을 회복하고 권력의 기강을 세우려는 사정의 의도가 숨어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직 우리 정치와 행정의 현실이 털어서 먼지 나지않는 곳은 없다. 청문회 때 만신창이가 됐던 이 총리의 거침없는 사정의 칼날이 부메랑이 되어 살아있는 권력 즉 현재의 정부, 여당을 겨누는 불행한 사태를 예견한 정치 분석가도 있었다.

자수성가한 성 전 회장이 그동안 정관계에 뿌려 놓은 열매와 씨앗을 짐작했더라면 현명한 권력관리의 달인과 사정전문가는 정권의 기반을 흔드는 이같은 비극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었다고 본다.

사면초가인 성 전 회장을 자살로 내몰지 않고 소기의 사정효과를 거두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현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성 전 회장이 밝힌 친박 핵심 8인의 금품 수수와 권력형 비리가 아직 사실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폭로 하나만으로 도덕성 훼손과 상처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친밀한 인간관계를 유지했던 전현직권력실세들의 외면과 배신에 분노한 성 전 회장은 한국정치의 한복판에 핵폭탄을 던져놓고 세상을 떠났다.

사정의 칼자루를 잡은 검찰은 국정의 운영과 그 지휘라인에 있는 현직 국무총리와 대통령의 최측근인 전현직 대통령비서실장과 권력실세들을 법과 원칙에 따라 눈치보지 않고 수사해야하는 무거운 부담을 졌다.

폭로내용이 사실이면 정권의 기반이 좌초하고 사실이 아니라도 국민의 불신 장벽을 넘지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죽은 사람은말이 없다.

박 대통령은 두 번이나 정치개혁차원에서 성역없는 전면수사를 지시했다. 주변의 정황과 증거, 증인의 진술만을 토대로 금품수수의 진위를 밝혀 사법처리해야하는 검찰로서는 숱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의 정치적 파문은 헌정사상 가장 심각한 국면으로 생각된다. 국민이 쏟아 내는 비난과 실망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성완종 파문의 핵심은 리스트에 연루된 인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며 마음만 먹으면 상당한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진 정치인이라는 사실이다.

청렴한 박대통령의 주변을 둘러싼 권력실세와 측근참모들이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추론과 심증이 날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물론 새누리당 정권 전체가 부정부패의 추문에 휩싸여 큰 곤혹을 치르고 있다. 검찰이 초동수사 단계여서 사실 여부를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그와중에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국무총리, 전현직 비서실장, 광역 단체장, 친박실세 의원 등 8인은 서툰 해명과 거짓 대응을 거듭하고 있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의 신뢰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검찰의 수사 결과도 불신받을 우려도 없지 않다.

이완구 총리는 보통사람의 상식과 생각과는 정반대로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늘어놓고 말바꾸기를 거듭했다.

사람들은 국회본회의의 대정부 질문에 답변하는 이 총리의 해명과 반박에 동의하지 않았다. 공직자는 말하지 않을 수는 있으나 적어도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

공직자의 덕목과 자질에 반하는 것이다. 20일 뒤늦게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이 총리는 엄정한 공직윤리에 따라 야인의 입장에서 떳떳하게 수사받고 진위를 밝히는 것이 마땅하다.

대통령비서실을 좌지우지 했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도 마찬가지이다. 비서실장이 된 후 한번도 성전 회장을 만난적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던 그가 2013년 두 번이나 만난 것으로 증거가 나오자 한번은 인정하고 한번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얼버무렸다.

성완종 전회장이 살아서 돌아오지 않는 망자(亡者)가 되고 보니 말바꾸기의 코미디와 거짓말 시리즈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나머지 6명도 검찰의 수사과정이나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의 증언으로 돈을 받은 것이 진실로 드러나면 어떤 변명과 주장으로 위기를 벗어나려고 할지 자못 궁금하다.

이번에 촉발된 여야간의 정치 기싸움은 내년 총선, 다음 대선 때까지 지리하게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성완종 파문은 어쩌면 정권의 위기이고 국가적 불행이 될 수도 있다. 경제살리기와 민생문제 해결과 공무원연금 등의 개혁에 전력을 쏟아도 모자랄 판국에 국정운영이 올 스톱하는 성완종 블랙홀에 빠지면 그 피해는 애꿎은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성완종 리스트의 악재를 벗어날 비상탈출구는 없는 것일까? 여기서 어영부영하고 시간을 끌면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은 지금부터 시작되고, 자칫하면 식물정권이 될 우려도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은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내각 총사퇴와 정부와 여당의 전면개편을 포함한 비상수단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완구, 이병기, 유정복, 홍문종, 홍준표, 서병수 씨 등 현직은 전원 사퇴한 후 공정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 물러난 허태열, 김기춘씨도 예외는 아니다.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것만 해도 박 대통령에게 누를 끼쳤다. 박 대통령은 이 총리의 퇴진을 계기로 청와대와 내각의 핵심측근을 모두 바꾸고 책임을 묻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고사(故事)를 되새겨야할 것이다.

그래야만 박대통령이 임기까지 온전한 대통령으로 행세하고 2018년 보수정권의 재창출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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