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ELW(주식워런트증권)시장에서 초단타 매매로 일반 투자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일으킨 스캘퍼가 대부분 사라졌다는 한국거래소의 집계가 나왔다.

그러나 시장은 위축되어 외국계 큰손들은 떠나갔다. 주식워런트증권은 특정 종목의 주가 상승이 예상될 경우, 해당종목의 주식을 모두 사지 않더라도 일부 자금만 투자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만 산 뒤, 차익을 올릴 수 있는 증권이다.

스캘퍼는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서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전산시스템을 통해 통상 1일 100회 이상, 평균 매매대금 100억원 이상의 초단타 매매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을 일컫는다.

지수ELW 할증판매 사라져

지난 26일 한국거래소는 지난 2011년 이후 ELW시장에 대해 건전화 조치를 실시해온 결과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지수ELW의 지수옵션 대비 할증률이 제거되고 있다는 통계결과를 발표했다.

2011년 당시 금융위원회는 ELW시장의 스캘퍼들의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LP(유동성 공급자)의 호가 범위를 8% 이상으로 제한했다.

이어 같은 해 코스피 200지수 옵션의 최소 거래단위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했다. 더불어 지수 ELW상품을 표준화하는 등 ELW시장에 대해 전반적인 규제를 시행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조치 이전에는 지수 ELW가 지수옵션대비 약 16% 높게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ELW를 높은 가격에 매도하던 매매행태가 자취를 감췄다.

과거 지수 ELW에 대한 할증판매는 금융투자회사가 스캘퍼로부터 입은 손실을 일반투자자에게 전가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던 현상이었다. 스캘퍼가 사라지면서 이런 현상도 없어졌다는 것이 거래소의 시각이다.

거래소, ELW시장 건전화 지속 추진

올해 일평균 거래대금은 706억원으로 2011년(1조2857억원)대비 18분의 1수준이다. 상품표준화 이전 지수옵션대비 16% 높게 거래되던 지수ELW는 지난달 기준 할증률이 0.2%까지 낮아졌다.

거래소 관계자는“과거 스캘퍼로부터 입은 손실을 일반투자자에게 전가하기 위해 ELW를 높은 가격에 팔아치우던 LP의 행태가 사라졌다는 의미”라고 전한다.

지수ELW 발행요건은 옵션만기일을 만기일로, 전환비율은 100으로 일원화하게끔 2011년 7월 표준화됐다.

거래소는 표준화이후 종목간 비교가능성은 종전 7.9%에서 75.1%로 개선돼 투자자로서는 더 유리한 거래조건으로 거래하며 거래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 2011년 7155개에 달하던 주식ELW 종목수는 현재 2715개로 감소했다. ELW시장의 위험관리기능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2011년 0.5%에 불과했던 권리행사금액 비중은 극외가격 ELW 발행 제한 등 시장건전화 조치 이후 지난해 4.3%까지 늘었다. 거래소 관계자는“권리행사금액의 절반 이상이 기관투자자의 만기 보유에 따른 것으로 ELW시장에서 헤지.차익거래를 통한 위험관리기능이 제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과도 규제 주장

거래소측은“ELW시장에 건전한 거래관행이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장은 다른시각으로본다.“ 빈대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웠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국이 ELW시장의 스캘퍼를 규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 있던 전∙현직 증권사 사장 기소 사태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2011년 6월 ELW시장에서 스캘퍼에 전용선을 제공해 특혜를 줬다는 혐의로 12개 증권사 전∙현직 대표이사를 포함한 업계 관계자 30명과 스캘퍼 18명 등 총 48명을 기소했다.

스캘퍼들이 전용선을 통해 유동성공급자(LP)역할을 하는 증권사가 호가를 제출하면서 생기는 0.01초 단위의 시간차를 이용할 수 있어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스캘퍼가 이익을 보고 일반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고 해도 각자 LP와의 거래에서 이익과 손해를 본 것일 뿐”이라 보고“일반투자자들의 거래 기회를 박탈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판단했다.

재판부의 판단과 달리 당국은 규제를 시작했다. 규제가 실시된 직후부터 ELW시장의 투자자는 급격히 하락했다. 국내 ELW시장을 형성한 외국계 증권사들인 맥쿼리증권이나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씨티, 도이치, JP모간 등 큰손들은 시장을 등졌다.

한때 세계 파생상품거래 규모 1위였던 한국은 2014년 기준 11위로 밀려났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기존에 지적받던 문제점이 개선되고 있지만 규제가 풀어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며“거래소가 최근 다양한 파생상품을 내놓으며 황금기의 부활을 꿈꾸고 있지만 외국계 큰손들이 이미 한국시장에 대한 매력을 잃었기 때문에 효과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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