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21일 굽네치킨 로드FC 22에서 벌어진 라이트급 챔피언전이 진행됐다. 경기를 관람한 이들은 그 경기를‘피가 튀는 전쟁’이라 표현했다.

대한민국 종합격투기의 대표적 라이벌로 손꼽히는 권아솔과 이광희의 경기는 그렇게 깊은 인상을 각인 시켜 주었다. 그들은 전날 계체량 심사부터 신경전과 함께 몸싸움을 펼쳤다.

경기는 박진감 넘치게 진행됐으며 난타전으로 인해 피튀기는 혈전이 됐다. 그러나 이 두라이벌은 경기가 끝난 다음 언제 싸웠냐는 듯 서로를 격려했다.

격투기 중흥을 이끌 차세대 주자들의 멋진 경기에서 진한 스포츠맨십을 볼 수 있었다. 경기에서 승리한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은“광희야 너무 고맙고 또 정상에서 만나자. 너와 난 최고의 라이벌이었어. 몸 관리 잘하고 다음시합도 파이팅하자”며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1ㆍ2차전 이광희 승

1986년생 동갑내기인 권아솔과 이광희는 화끈한 스타일 역시 똑같다. 그러나 권아솔은 직설적인 말을 많이 한다. 반면 이광희는 다소 조용한 성격이다.

이들의 첫 만남은 슈퍼코리안 시즌 2를 통해서였다. 당시 이광희는 경험 많은 파이터였고 우승 후보로 꼽혔다. 권아솔은 이제 막 떠오르는 신예였다.

스피릿MC 인터리그 5에서 성사된 두 선수의 첫 대결은 말 그대로 난타전이었다. 권아솔은 이광희에 맞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이광희도 이에 질세라 열심히 타격으로 맞불을 놓았다. 한치의 양보 없는 싸움은 살기마저 느껴졌다.

이 둘의 멋진 경기에 관중들은 열광의 환호성을 외쳤다. 1라운드가 끝나기 전 이광희의 카운터 펀치가 먹혀들었다. 권아솔은 다운됐다. 권아솔이 쓰러지면서 경기는 종료됐다.

권아솔과 이광희의 1차전은 이광희의 KO승으로 마무리 됐다. 이후 스피릿 MC 12 웰터급 타이틀전에서 이광희와 권아솔은 다시 맞붙었다. 이날 경기도 1차전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난타전이었다. 좀처럼 승부가 나지 않아 연장까지 같다.

이광희의 바디 블로우 성공, 또한번 KO승으로 웰터급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챔피언 이광희는“평생 기억에 남을 경기”라며 소감을 전했다.

복귀 이광희“밸트 내놔라”

이후 이광희는 군 입대를 했다. 권아솔은 일본으로 건너가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권아솔은 이광희를 잊지 않았다.

권아솔은 이광희가 전역한 뒤“광희는 군대를 다녀와서 격투기 초짜가 됐다. 지금은 어렵지만, 잘 치고 올라와주면 다시 맞붙을 의향이 있다. 그때는 무조건 이길 것이다”라고 인터뷰를 했다. 서로 자극적인 도발을 하며 맞대결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광희는 로드FC 19 대회에서 문기범과 대결을 앞두고“나와 경기를 하고 싶다던 권아솔이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더니 도망간다. 너무 얍삽하다”며 권아솔의 대결을 주문했다. 문기범을 이긴 후“권아솔 기다려라. 그 벨트 내가 가지러 간다”라며 권아솔을 자극했다.

혈투의 챔피언타이틀전

3차전 경기 초반 두 선수는 모습에서 조심스러움이 엿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바로 각축전에 돌입했다. 서로 먼저라 할 것 없이주먹이 오고 갔다. 잠시 후 권아솔의 엘보 공격이 이광희의 이마에 적중됐다.

이광희의 이마에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심판은 잠시 경기를 중단시켰다. 이광희의 치료가 끝나고 경기가 속행됐다. 이광희는 부상을 당했지만 거칠게 권아솔에게 맞섰다. 분위기는 점점 달아올랐다. 그러나 이광희의 이마에서 출혈이 멈추지 않았다.

이광희는 치료를 받고 다시 경기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계속 지혈이 되지 않았다. 현장 의료진은 이광희의 출혈로 경기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경기는 닥터 스탑에 의한 이광희의 TKO패로 끝을 맺었다.

예상치 못한 출혈로 패한 이광희는 케이지 바닥을 수차례 내려치며 안타까운 심정을 표현했다.

격투기에서 싹튼‘우정’

두 선수의 라이벌 3번째 경기는 끝났다. 권아솔은 1차 방어에 성공, 챔피언 신분을 유지하게 됐다. 이광희는 권아솔에게 처음으로 패하는 수모를 당했다.

부상으로 인해 경기가 끝나 두 선수의 라이벌 관계는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워낙 치열한 공방으로, 악연의 끈이 오랫동안 지속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자 두 선수는 서로를 보살폈다. 서로를 향한 격려만이 오고갔다. 권아솔이 먼저 안타까움에 주저앉은 이광희에게 다가가 위로했다. 이광희를 일으켜 세웠다. 안아주며 안타까움을 위로했다.

이광희도 권아솔을 들어 올리며 챔피언을 높이 치켜세웠다. 경기가 끝나고 두 선수가 만들어낸 멋있는 장면은 이들의 라이벌전과 더불어 두고두고 입에 오르내릴 것이다.

권아솔과 이광희는 서로의 손을 들어 올려주며 존중을 표했다. 포옹 후 격려가 오고갔다. 감동적인 두 사람의 모습에 관중들은 뜨거운 환호성과 박수로 보답했다.

이번 경기로 권아솔과 이광희는 격투기가 감동과 우정이 싹트는 진정한 스포츠라는 것을 알렸다. 진정한 스포츠맨십이 무엇인지 다시금 보여줬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