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문호 공정뉴스 대표, 정치평론가

고슴도치 딜레마(Hedgehog’s dilemma)는 스스로의 자립과 상대와의 일체감이라는 두 가지 욕망에 의한 딜레마이다.

추운 날씨에 한쌍의 고슴도치가 모여 서로를 따뜻하게 하고 싶어 한다. 서로의 바늘 때문에 접근할 수 없다. 이는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우화에 기원을 두고 있다.

현재 사회적 논란이 제기된 어린이집 CCTV 설치안이 그렇다. CCTV설치안이 나온 것은 온 국민을 분노케 한 어린이 집의 폭력 사태에서 촉발됐다.

어린이집은 유아를 위한 최하위 교육기관이다. 주로 3~6세 유아를 그 대상으로 한다. 가정이 아닌 사회의 기초와 공동생활의 의미를 배운다. 이때 아이의 인성이 함양되고 도덕성을 갖추게 된다.

최근 일부 몰지각한 어린이집 교사들은 CCTV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유아들을 대상으로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알려졌다. 또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일부 원장들은 교육이나 인성은 뒷전인 체 이익을 남기기 위해 쓰레기 음식을 어린이들에게 먹이는 일까지 발생했다.

사회일각에선 어린이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인권사각지대에 놓은 어린이 집에 CCTV를 설치하여 감시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은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어린이집 CCTV설치에 관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국회에서도 이와 같은 논의가 있었다.

몇 달간 논의 끝에 지난 3일 본회의에서 어린이집 운영에 대한 CCTV 설치를 의무화하고 아동학대 관련 범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어린이집 운영을 20년 동안 제한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표결·통과시키려 했다. 투표결과 재석 171명 중 찬성 83명, 반대 42명, 기권 46명으로 의결 정족수인 출석의원 과반수(86명) 찬성을 얻지 못해 법안은 부결됐다. 반대한 의원 42명 중 새정치민주연합 28명과 정의당 의원이 4명이었고 여당에서도 10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이유는 예산부족과 인권문제라는 것이다. 예산 부족과 보육교사 인권보호를 이유로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이다.

보육교사의 인권을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CCTV의 감시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행해지는 가혹행위에 대한 아이들의 공포는 누가 어떻게 보상하고 감당할 것인가?. 그것이 의문스럽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 가혹행위를 당한 어린이들이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트라우마는 누가 치료할 것인가? 결국 우리 사회가 가혹행위를 당한 어린아이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치료해야 할 몫이 될 것이다. 사회적 비용이 투입돼야할 수도 있다.

대한민국의 갑으로 알려진 절대권력 국회에도 어린이 집이 있다. 국회 어린이집의 건축비용은 일반 국공립 어린이집의 2.5배이었다. 그만큼 호화스럽다는 의미다. 국회 제1, 2 어린이집은 이화여대 사범대 유아교육학과, 제3 어린이집은 중앙대 유아교육학과에서 위탁운영하고 있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국회의원), 문대성 새누리당 의원(부산 사하구갑)등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아이를 국회 어린이집에 맡기고 있다.

정부의 세종정부청사를 비롯해 대기업들도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국회를 비롯한 대부분 어린이 집에는 구석구석마다 CCTV가 설치돼 사각지대가 없다. 부모들은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어린이집에서 놀고 있는 자신들의 자녀들이 어떻게 뛰어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복지다. 어른들의 국회가 어린이집 CCTV설치를 반대한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어린이집 원장들이 표결한 의원들에 대해 낙선운동을 펼치겠다는 협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어린이집 CCTV설치 문제는 고슴도치 딜레마나 다름없다. 어린이의 보호를 위해선 설치를, 교사들의 인권을 위해선 미설치돼야 한다는 것이다. 추운 날씨에 한쌍의 고슴도치가 서로를 따뜻하게 껴안고 싶지만 서로의 바늘 때문에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든 일은 자기합리화가 있다. 지금 전 국민은 정치를 불신하고 개인주의보다 심각한 이기주의로 흘러가고 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는 위험한 가치관을 갖고 있다. 유독 심한 곳은 국회다.

이제 국민이 이들을 심판할 때다. 내년 4월 이상한 놈, 나쁜 놈은 다 갈아치워야 한다. 좋은 놈만 살려 국회를 지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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