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롯데월드·월미도…놀이시설‘안전불감증’심각

일명‘죽음의 놀이기구’로 불리는 인천 월미도 바이킹에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운행 중 안전바가 풀려버린 것. 지난 20일 사고가 난 바이킹은 1991년 6월 설치된 것으로 운영된 지 20년이 넘었다.

안전 문제에도 불구하고 대범한 운행 방식과 스릴을 즐기는 관광객들 덕분에 수도권의 대표적인 놀이기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악명을 떨쳐야만 사고가 예견되는 것은 아니다.

놀이기구 안전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소비자와 사업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목숨 걸고 타는 바이킹”

인천 월미도 유원지 내 바이킹은 상상을 초월하는 각도와 헐거운 안전바로 유명하다. 가끔씩 대기자가 없으면‘사람이 올 때까지 돌리는 선심’을 쓰기도 한다.

이 놀이기구를 체험한 이들은“삶이 지겨우면 타라.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될 것”이라고 권유한다.

설 연휴기간인 지난 20일 이월미도 바이킹에서 운행 중 탑승객 추락 방지를 위해 채워진 안전바가 갑자기 풀렸다.

당시 A(32·여)씨 등 관광객 14명이 탄 바이킹은 안전바가 자동으로 풀린 이후에도 2∼3차례더 왕복했다. 이 사고로 관광객 6명이 기구에 부딪혀 타박상을 입었다.

다행히 바닥으로 추락하는 등의 큰 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추가 사고를 우려해 관할 구청과 협의한 뒤 놀이공원을 잠정 폐쇄하도록 조치했다. 또 조만간 바이킹 시설 관리자 B(33)씨등을 소환해 기계 결함이나 기구운전 미숙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누리꾼들은 잠정 폐쇄소식에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5월에는 부산의 한 놀이공원에서‘타가디스코’를 타던 25살 김모 씨가 넘어져 발목이 골절됐다.

그 다음 차례 탑승객인 23살 강모 씨도 탑승 과정에서 출입문에 손가락이 끼어 부러졌다.경찰 조사 결과 놀이기구 운전을 담당한 정모(17)군은 운행 관련 경험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3m 높이에서 추락

또 지난해 1월에는 송도컨벤시아 내 에어바운스가 무너져 내리면서 9살 남아가 3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압착성 질식사로 숨졌다.

이어 8월 울산의 검도장에서는 8살 남아가 에어바운스에 깔려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에어바 운스는 공기를 주입해 구조물을만드는 놀이기구다.

설치가 간단해 키즈카페 등 많은 곳에서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아동이 깔려 숨지는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것이다.

재작년 6월에는 어린이대공원에서‘유로 번지점프’를 타던 7살 여아가 공중에서 줄이 끊겨 3m 높이에서 떨어졌다.

다행히 가슴 찰과상을 입는 정도로 그쳤으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소식 이었다. 그러나 어린이대공원 측은 사고 이후 즉각적인 점검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유로번지점프 기구 4개 가운데 줄이 끊어진 기구 외 나머지 3개에 20여 분간 20여 명의 아이를 태워 빈축을 샀다.

어린이대공원 관계자는“기구 운행을 즉각 중단하려 했지만 휴일이라 오랫동안 기다린 놀이객들이 거세게 항의해 원하는 사람들만 어쩔 수 없이 태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넘어지고 멈추고

대형놀이공원역시많은이용객 수만큼안전사고에노출돼있다. 지난해 11월 에버랜드‘오즈의 성’에서는 5살 남아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해 충격을 줬다.

‘오즈의 성’안에서 60도 회전하는 원형판 위에 넘어진 김모 군은 판과 바닥 사이 1cm 틈에 손가락이 빨려 들어갔다.

이 사고로 김 군의 왼쪽 중지 끝마디가 절단되고 검지와 약지가 골절되면서 심하게 훼손됐다.

사고가 난 후 에버랜드 응급팀은 김 군을 인근 병원으로 후송했다. 급히 수술을 받았으나 검지만 봉합 수술에 성공하고 중지와 약지는 훼손이 심해 봉합에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고공 놀이기구가 운행 중 멈추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진다. 2011년 1월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풍선비행’놀이기구 10대가 운행 중 갑자기 멈췄다.

놀이기구가 30m 높이 천장에 매달린 채 멈춰서는 바람에 승객들이 30분 넘게 공포에 떠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탑승객 50여명이 30m 상공에 매달린 기구 안에서 40여분 동안 갇혔다. 2012년 2월 12일에는 롯데월드 놀이기구‘후렌치 레볼루션’이 출발 직후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0분간 작동이 중단돼 이용객 20여명의 대피 소동이 빚어졌다. 이어 14일에는 어린이용 관람차 문이 운행 중 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관람차는 지상 5m 높이에서 운행 중이었다. 문이 열린 칸에는 6·7살 어린이 2명이 타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15분간 공포에 떨어야 했다. 다행히 이 어린이들은 문이 열리는 것을 목격한 직원이 놀이기구 운행을 중단시켜 무사히 내려 왔다.

그러나 앞서 2000년 봄소풍을 나온 9살 어린이가 서울어린이 대공원 미니궤도차량를 탄 뒤 플랫폼으로 걸어나오다 뒤에서 오던 차량에 부딪혀 레일쪽으로 떨어지는 비극적인 사고도 있었다. 이 어린이는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숨졌다.

“유아, 어린이 각별히 신경”

지난해 4월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접수된 놀이공원 관련 안전사고는 106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8세 미만 미취학 아동에게서 55.7%로 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초등학생은 12.3%로 13세 미만 어린이 안전사고가 전체의 68%를 차지했다.

사고 장소로는 바이킹 등 고정형이 11.3%, 범퍼카 등 주행형과 놀이터가 각각 6.6%로 약 24%가 놀이기구를 타다가 안전사고를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의 절반가량(49.1%)이 놀이기구가 아닌 분수대, 계단 등 일반 시설물에서 발생했다는 것도눈에띈다.

업계 관계자는“실제 시설 자체 문제도 있지만 이용자들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 발생률이 더 높다”며“놀이공원이 제시하는 안전수칙을 준수하고 안전관리자의 통제를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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