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드라기)은 정말로 골칫덩어리 그리스를 유로존에서 떼어내고 싶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지금 유럽중앙은행은 일명‘그리스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 우선, 유럽중앙은행이 그리스 국채의 담보 인정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유럽중앙은행은 2010년 5월, 그리스에 대한 긴급구제조치의 일환으로 투기등급인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인정해주었는데, 2012년 그리스 민간 채권단과의 채무조정 협상 과정에서 그리스가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으려고 하자 담보 인정을 중단한 바 있다.

당시 그리스의 아테네 주가지수는 476.35pt로 2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국채 10년물 금리는 37%까지 급등했었다. 2.6일 현재 아테네 주가지수는 803.36pt 수준이며, 국채 10년물 금리는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담보 인정을 중단하는 기한을 11일로 설정한 것 역시 12일 EU정상회의 전에 그리스와 회원국들을 압박하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그동안 그리스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따른 긴축 조치가 과도하다는 입장 아래 유럽 각국정부와 직접 만나 협상을 벌여왔고, 영국/프랑스/이탈리아/핀란드 등의 국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었다.

또한 유럽중앙은행은 그리스 국채의 담보 인정은 중단되더라도 그리스는 여전히 유로존의 회원국으로서 지위를 보장받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그리스 시중은행들은 여전히 보유한 투자등급의 채권을 담보로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지난 3일 그리스 정부가 요청한 500억 유로 규모의 긴급유동성지원(ELA)이 승인되면서 그리스 시중은행들은 사실상 자금조달비용이 기존에 기준금리 0.05%에서 1.55%로 1.5%p 상승하는 정도의 영향만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위 상황을 두고 이트레이드증권 손소현 연구원은‘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리스의 현재 국가 부채는 3,325억 유로로 GDP의 175%에 달한다.

이중올해 약 10% 정도의 상당한 규모의 국채 만기(326억 유로)가 예정되어 있다. 또한 이번에 승인된 긴급유동성지원(ELA)은 기존의 MRO(고정금리 단기자금공급조작)와는 달리 한도가 있으며, 유럽중앙 은행의 통치 협의회(Governing Council)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중단되거나 물량이 제한될 수 있다.

그리스 중앙은행에 따르면, 그리스 국채의 60%를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중앙은행을 비롯한 자국내 통화금융기관 (MFI,Monetary Financial Institutions) 이 단기재정증권(T-bill) 발행잔액의 절반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그리스 통화금융기관들의 국채 및 T-bill에 대한 익스포저가 이미 상당히 높아, 올해 만기도래 물량에 대한 차환 및 신규 자금 조달을 위한 국채 입찰에 은행권의 참여가 저조해 조달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스의 기존 구제금융 프로그램은 2월말 종료되며, 현재 그리스는 트로이카(EU, ECB, IMF)와의 협상을 중단한 채 부채탕감과 긴축 폐기를 포함한 재협상을 하자고 5월말로 시한을 제시한 상황이다.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만나게 되는 12일 EU정상회담이 사실상 이번 그리스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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