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길홍 회장

해를 넘겨 가면서 국민과 여야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요구했던 정부와 청와대의 인적쇄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국무총리에 친박의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총무를 내정하고 정책조정, 미래전략, 민정 등 3명의 수석과 4명의 특보를 새로 임명했다. 국민과 언론과 정계의 반응을 살펴보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과 위기국면의 반전 조짐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인적쇄신의 규모가 결코 적지 않았지만 상응하는 공감과 주목을 받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 박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 인사의 핵심을 비켜갔기 때문이다. 회심의 화살을 쐈으나 과녁을 정확하게 맞추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동서고금의 왕조시대에 왕권의 보호와 사직의 보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죄 없는 충신을 사사(賜死)하고 귀양 보낸 사화(士禍)들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한번쯤 고사(故事)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자고로 인사(人事)는 만사(萬事)라고 했다. 국가경영에 인사만큼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뜻이다. 조국근대화의 신화를 창조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전지전능(全知全能)해서 한강의 기적을 창조했을까.

군출신의 전두환 전 대통령이 능력이 특출하여 경제와 물가와 치안을 안정시킨 것은 아니다.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재를 기용했다.

장관과 대통령 비서관을 신임하고 그들에게 소신껏 일할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다. 국민을 하나로 묶는 국정지휘의 방식과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하여 민족중흥과 민생안정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정희 대통령이 중용했던 김정렴 비서실장, 오원철 경제수석 등과 김학렬, 남덕우, 김용환씨 등 경제장관 등은 훗날 대통령비서실장 및 경제장관 발탁의 대표적 모범인사로 전해온다.

10년동안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김정렴씨는 지금도 생존해 있지만 당시 언론에서 한발 비켜나 있었다. “왕(王)실장”“대통령의 심복”이라는 호칭을 듣지 않으면서 대통령비서실을 완전 장악하고 일사불란하게 대통령을 잡음 없이 보필했다.

재무ㆍ상공장관을 역임한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이지만 박 대통령을 그림자처럼 모시면서 절대로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김 실장은 경제관료인 김학렬·김용환, 경제학자 출신의 남덕우 장관 등과 호흡을 맞춘 경제개발의 주역이었다.

그는 역대정권 가운데 가장 특출한 대통령비서실장이었다.

전두환 대통령은 79년 10.26후 절대권력을 행사했던 박 대통령의 급서(急逝)로 발생한 사상초유의 국가적 위기와 혼란을 단기간에 수습하여 정치안정을 회복하고 보수정권의 적통을 계승했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던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을 회복시켜 민생안정과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전 대통령은 야전군 출신의 지휘관이다. 정치전문가나 경제전문가도 아니다. 박 대통령이 중용했던 남덕우씨를 국무총리로 다시 기용해 경제위기 극복을 주도하여 중산층의 숫자를 크게 늘렸다.

경제장관으로 서석준 부총리와 김재익, 사공일 경제수석 등을 발탁하여 “경제에 관한 한 당신들이 대통령이야”라고 강조하면서 경제정책의 개발과 실천을 위한 행정의 전권을 위임했다.

박ㆍ전 두 대통령 모두 군출신이다. 적어도 경제문제에 관련해서는 소관부서의 장관과 대통령비서실에 유능한 전문인재를 널리 구해 그들의 주도로 고도성장과 발전위주의 경제정책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추진하도록 했다. 국정을 지휘하고 용인술을 구사하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역사와 현실을 지켜보면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덕목이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시절 공약했던 국민통합은 지역, 세대, 계층 등을 감안하여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탕평(蕩平)의 공직인사를 약속한 것으로 해석된다.

취임 후 보여준 내각의 구성과 정부요직 인사는 박 대통령이 갖고 있는 “수첩속의 인재 풀”이 기대이상으로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국민통합의 인사는 접어두자.

정권 창출에 한몫을 해낸 집권정당과 후보 주변의 유공 인물을 요직에 임명할 때도 시비가 뒤따랐다.

집권세력의 양대 계파로 잘 알려진 친박, 비박 등의 갈등과 편견을 조장하는 인사는 금기사항이다.

집권세력 안의 극한대립과 파벌조성은 박 대통령의 국정추진 동력을 약화시킴은 물론 정부여당의 화합과 정권 재창출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의 핵심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이완구 총리, 최경환, 황우여 부총리의 친박 3인 트로이카가 박 대통령 내각의 지휘부를 점령했다. 이같은 인사는 국정의 성과를 거두려는 일 위주의 포석으로 보이지만 장차 새누리당 계파간의 반목과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적지 않다.

그동안 정부인사와 국공기업의 인사에서 소외된 새누리당 비박계가 친박중심의 인사를 편가르기식으로 받아들이고 불평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다. 친박, 비박의 내면적 갈등 현상은 박 대통령의 임기가 지나갈수록 더욱 노골화하고 표면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추후 내각, 청와대, 국공기업의 각급 인사에서 친박, 비박 출신을 균형 있게 배치하는 도량과 인재풀의 외연 확대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 같다.

특히 임명권자인 박 대통령이 친박 핵심의원을 청와대로 불러 비공개 만찬을 한다든지 원내총무 경선에 나서는 전직 장관을 공개적으로 치켜세우는 제스츄어는 경계해야 한다.

자칫하면 당권을 장악한 비박계가 박 대통령이 친박계를 암암리에 지원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집권 3년차에 접어든 박 대통령은 국정추진 동력의 훼손과 조기 레임덕의 차단을 위해서는 친박, 비박의 단합을 강조하고 유도하는 당내 통합의 리더십을 우선적으로 발휘해 줄 것을 요청받고 있다. 아울러 통치권의 누수현상을 방지하는 권력의 관리에 만전을 기하면서 먼저 당내 탕평(蕩平)을 위한 화합인사부터 고려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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