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출에는 수많은 고민이 필요” 회의적 견해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IT·금융 융합 지원방안을 내놓았다.

네이버·다음카카오 등은 상황 변화를 신중히 지켜보겠다면서 우선 미온적인 견해를 밝혔다.

각종 규제 완화에 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은행업무에 대한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그동안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 여부에 관해 매우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경험 전무 영역”

정부가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IT기업의 금융서비스 진출을 허용하는 등의 ‘IT·금융융합지원방안’을27일 발표했다.

네이버는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이 네이버 이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검토해보겠다”고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은행업은 전통적인 규제산업이고 더군다나 축척된 노하우가 필요하다”면서 “경험이 전무한 네이버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며 검토야 할 수 있지만 진출에는 수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황인준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9일 2014년 4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이용자들의 편의를 증대시키기 위한 결제서비스는 확대해 나갈 예정이며 각 나라의 금융기관과 협업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금융산업 자체에 진입하는 것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다음카카오도 네이버와 비슷한 입장이다. 지금까지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었다가 최근 정부 차원에서 관련 논의가 진행된 이후에 조금 관심을 갖게 된 정도라는 것이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검토할 의향은 있다”고 전했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최근 한 신문에 “일단 우리가 들어가야 하는 영역인지, 잘할 수 있는 영역인지 판단이 안 선다”며 “IT기업이 인터넷은행을 설립한 뒤 기존 은행처럼 신용평가나 대출 업무를 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은 분명하다”고 말한 바 있다.

정부, 규제완화

이처럼 인터넷업계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상황. 반면 정부는 ‘법령 정비 실무 TF’를 구성해 법령 재정비 방안을 마련하고 하반기 중 관련 법제화 작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27일 금융위원회는 정보기술(IT)기업의 금융 산업 진출 지원과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전자금융업자 진입장벽 완화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2007년 1월 시행된 전자금융업법은 당시 IT기술 수준을 반영한데다 지나치게 사전적이고 촘촘한 규제로 급변하는 IT기술을 소화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국이 세계적 수준의 ICT기술과 전문가를 보유하고도 액티브엑스, 공인인증서로 대표되는 금융규제에 중국의 알리바바, 미국의 아마존·애플이 제공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내놓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정부는 먼저 송금 서비스인 ‘뱅크월렛카카오’등과 같은 금융상품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충전한도를 폐지했다. IT기업들이 인터넷은행 설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 완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이르면 오는 6월부터 기명식 선불 전자지급수단의 최대 충전 한도(200만원)가 폐지되고 대신 하루 또는 한 달 이용한도가 설정된다. 뱅크월렛카카오의 경우 충전 한도가 5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 전자금융법이 개정돼 최대 충전한도가 없어지면 ‘하루 최대 OOO만원 이하, 한달 OOO만원 이하 이용 가능’식으로 이용한도가 설정될 예정이다.

또 산업자본(비금융)의 인터넷 전문은행 투자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은행과 산업자본 분리)’원칙을 완화할 방침이다. 현행법에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참여를 4%로 제한하고 있으나 금융위는 이를 10% 이상으로 완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 승인을 받을 경우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30%까지 지분 소유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실적 장벽

전자금융업 진입 장벽도 낮아진다. 전자금융업자의 최소 자본금 규모를 현행 5억(전자고지결제)~50억원(전자화폐 발행)에서 절반 가량 낮추는 것. 그동안 핀테크 업체가 금융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억원에 이르는 자본금 규제를 충족해야 해 사업진출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그동안 네이버·다음카카오 등이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 의사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것은 법제도적 못지않은 걸림돌이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 진출에는 금융기관과의 협조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페이(결제서비스)와 뱅카는 핀테크란 말이 나오기 전인 2년6개월 전부터 기획한 서비스였다”며 “14개 시중은행과 협의하고 보안성, 금융감독원 심사를 받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 설립이 법제도적으로 가능해지더라도 IT기업이 당장에 은행업에 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금융기관과의 협력 관계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그림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투자증권의 유상호 사장은 “각종 영업 규제나 은행을 공공재로 보는 시각, 기존 대형은행들의 텃새에 밀려 자리를 잡기 어려울 수 있다”며 “신규 인터넷은행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기존 은행들의 인터넷 서비스 강화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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