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2014년 국정감사가 27일로 끝났다. 국정감사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불편부당한 정책들을 개선하고 잘못 운용되고 있는 예산집행 실태를 바로 잡는데 있다. 이번 국감은 세월호 특별법으로 대립하면서 무산위기까지 가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3주간 피감기관을 역대 최대인 672곳을 선정해 모양만 내고 내용은 없었다. 한마디로 속빈강정인 국정감사였다.

국민들의 평가는“매번 똑같은 질의, 호통만 남고 대안 없이 끝난 국정감사”라고 비평했다.

16개국회 상임위(겸임 상임위 포함)에서 실시한 국감에선 국정 운영의 부정부패 및 허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국감 스타는 없었다.

휴대폰으로 비키니 걸을 보던 의원부터 꾸벅꾸벅 졸던 의원까지 국정감사장이라고 볼 수 없는 행태를 보여줬다.

국정감사 기간 동안 모니터링을 실시한‘국정감사 NGO모니터링단’은 총점 C+를 줬다. 대학 학점이었다면‘재수강’을 고민할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단골주제인 각 기관들의 방만 경영이 문제가 됐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설립한 공기업들의 고액연봉과 과도한 복리후생은 항상 문제되어왔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마사회 역시 당기순이익은 계속 감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소관기관 중 가장 높은 복리후생비를 유지했다. 또한 농협중앙회 역시 연봉 1억원 이상의 고액연봉자가 해가 갈수록 늘어났다. 작년 농가의 연평균 소득이 2인 이상 도시 임금근로자 가구의 연 평균 소득 5391만원의 62.5%에 불과한 3452만원이다.

방만한 예산집행도 단골메뉴였다. 올해 문화재청과 농어촌공사의 경우, 각각 똑같은 지역으로 해외연수를 실시하고, 결과보고서 내용도 똑같아 결국 외유성 해외연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책연구기관들의 경우에는 법인카드 사용내역이 문제됐다. 법인카드로 파스타집 한 곳에서 3년7개월 간 무려 8억2000만원을 결제하기도 했고, 연구원장마저도 향수, 와인과 같은 명품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도‘반복국감’과‘호통국감’의 연속이었다. 고성과 호통이 오가는 이유는 기관장의 불성실한 태도부터 여야 간의 견해 차이와 일방적인 문제점 제시 등 각양각색이다.

또한 과도한 기업대표들을 증인 신청해 문제가 됐다. 국정감사는 민간 기업을 감사하는 자리가 아니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피감기관 국회 놀려

피감기관들도 국회가 요구한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았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산자부 산하 기관의 국감 답변 내용을 미리 스크린하라고 지시했다.

또 외교통상부는 야당 의원의 탈북자 이송현황 요구에‘그런 자료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2년 전 제출한 사실이 밝혀졌다.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뿐 아니다. 감사원은 국회 법사위원이 요구한 자료를 기습적으로 국감 전날 제출했다. 국회에서 제대로 검토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밖에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박주선 새정치연합 의원은 10월 24일 자료 제출을 거부한 조달청장을 고발하겠다고 초강수를 뒀다.

피감 기관장들도 국회를 무시했다. 의원 출신인 최경환 기획 재정부 장관은 감사를 받는 도중 의원들의 질의 도중에 말을 끊거나 목소리를 높였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한국전통문화대학 총장 임명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위에서 결재를 안 해서”라고 말했다. 청와대 개입설을 불러일으켰다.

여당 의원들조차‘말조심’하라는 경고가 나올 정도였다.

김성주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국감을 앞에 두고 새누리당 의원의 전화도 받지 않은 채 중국 출장을 떠났다. 여론의 질타가 쏟아졌다. 결국 김 총재는 마지막 날 국감에 출석해 사과했다.

역대 최대 부실감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는 감사 주체인 국회의원들의 ‘안일함’이 만든 결과라는 비판이다.

의원 안일함이 만든 결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국감 소속 상임위인 농수산위 국감에 반도 출석하지 않았다. 국감일정을 앞두고 소속 의원을 10명이나 데리고 중국 일정을 떠났다.

국감 도중 졸거나 상대당 의원을 폄훼하는 메모를 작성해 돌리는 장면이 기자들의 카메라에 찍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여당의 한 의원은 핸드폰으로 비키니를 입은 여성을 검색하는 것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뿐 아니다. 해외 일정이 반이나 되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감은 중국에서 진행된 국감 일정 중 하루를 뮤지컬 관람과 현대자동차 현지공장 시찰로 보냈다. 국감 전체 경비 15억1644만원 중 4억5115만원(29.7%)을 써 ‘외유 국감’이란 힐난이 쏟아지고 있다.

자평은 믿을 수 있다

국회는 스스로 국감을 자평했다. 민생 현안을 중심으로 한‘정책 국감’이었다는 평이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8일 의총에서“이번 국감은 일부에서는 밋밋하다는 말씀도 있었지만 생활 밀착형이라는 얘기가나올정도”고 했다.

백재현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도“민생우선 국감이었다”며 “총체적 평가를 담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국정감사 백서를 발간하겠다”고 말했다.

여야는 비키니 걸을 보고 상대당 의원을 폄훼하고 국감기간 동안 꾸벅꾸벅 졸고 외유를 즐기던 국회의원들 보고 민생국감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국민들이 이를 곧이 믿기 힘들다. 국민들은 한마디로 한심한 국회라며 해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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