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대박’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 상대방 이해 우선

지난 달 30일 아시아경제 주체로 ‘통일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지만 몇 가지 중요한 흐름을 제시했다. 우리 보다 앞서 먼저 통일을 이룩한 독일은 “통일은 잘한 결정이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에게 기회가 온다면 독일보다 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며 감당하기 어려움 점이 많다는 점이 강조했다. 통일을 준비하는데 있어 더 중요한 것은 합의를 하는 것이다. 이는 상대방을 이해해야 가능하다. 갑자기 통일이 닥쳐와도 경제적 정치적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작은 통일이 큰 통일 이룩한다

정종욱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민간부문 부위원장은 “최근 중국 등 세계정세를 봤을 때 통일은 꼭 필요하다”며 기업들 역시 구체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반도 안정이 뿌리를 내리고, 화합하려면 통일을 꼭 이뤄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며 주변국과의 관계 안정을 통해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중국을 주목했다. 정 부위원장은 “전문가들은 2020년 경이면 중국이 세계 최대의 국력을 보유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과의 평화, 주변국과의 관계 완정을 통해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것이 중국의 전략이다.”고 설명했다.

중국 인근 국가 중 가장 중요한 곳으로 꼽히는 곳이 바로 한반도다. 정 부위원장은 “한반도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만나는 곳이다. 지금도 끝나지 않은 갈등과 대립을 지속해선 안 된다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통일을 위해서는 한반도 내에서 우선 안정을 뿌리내리고, 그 후 남북이 교류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고 군사에서부터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업들에게도 협력을 부탁했다. 그는 “통일이 되면 유럽과 아시아가 하나의 거대공동체를 이루는 등 여러 경제적 기회를 준다. 통일이 그저 꿈이 아닌, 실현 가능한 미래라는 인식을 하고 체계적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문을 열고 길을 닦으면, 기업들이 그 길을 힘차게 달려나가야 한다. 오늘 포럼에서 통일의 꿈과 바람을 구체화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통일 동북아ㆍ유라시아 공동발전 계기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통일이 가시화하면 국민이 경제분야에서 피부로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연설은 백태현 교류협력국장이 대신했다.

류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통일이 대박이라는 것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되는 분야는 바로 경제일 것이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아직은 남북간에 실질적인 경제협력이 추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의 경험을 되새겨 시행착오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면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준비 방안으로는 남과 북의 장점을 활용한 생산성 향상과 새로운 시장의 개척, 동북아 물류허브로의 도약 등을 들었다. 류 장관은 “이를 통해 통일의 과정이 가져다 줄 기회를 능동적으로 활용해가는 방안을 만들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류 장관은 납북경협을 위해 북한이 합의를 지키는 태도를 보여야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핵문제로 인한 국제사회 제재 이외에도 국제사회에 만연해있는 ‘신뢰의 부족’은 북한이 직면해 있는 또 다른 장애”라고 진단하며 “북한도 신뢰가 중요한 점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한 번 합의된 것은 지키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 장관은 특히 통행ㆍ통신ㆍ통관의 3통 문제에서 북한이 합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3통문제는 여전히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우리가 주시하고 있는 것은 북한의 여러 선전이 아니라 합의 이행과 합의를 담보하기 위한 제도적 틀이다. 북한이 이제라도 개성공단 3통문제 협의에 적극 나선다면 국제사회는 북한의 경제개발 노력을 재평가하게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북한 국제기구 가입 필요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은 국제기구 가입이 필요하며 제3국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경제 자유화돼야 투자유치로 성장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정 부원장은 북한이 개방되지 않은 근거로 “북한의 경제자유도는 전세계에서 178개국 중 178위다. 베트남 및 캄보디아, 미얀마 등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대중국 교역 의존도가 남북교역을 제외하면 89.1%에 달할 정도로 중국이외에는 폐쇄적인 무역정책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성장에 있어 경제자유는 정치적 자유보다 중요하다. 계약ㆍ시장진입ㆍ가격형성의 자유가 기본적으로 갖춰져야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이 부분이 갖춰져 있지 않다. 이 점이 개혁돼야 투자유치 가능하다”고 밝혔다. 특히 체제전환국 27개국의 경제성장 사례를 들며 “북한이 시장경제로 바뀔 때 국내투자ㆍ인프라 등 구체적 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부원장은 “한국이 북한을 지원할 때에 세단계로 나눠 지원을 해야 한다. 초기는 성장에 집중을 해 지원하고, 중기는 대외개방과 수출산업, 말기에는 고도화된 산업구조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 변화 의지, 우리가 원하는 변화와는 다르다

“북한 경제정책의 핵심은 외화(달러)를 벌어오는 데 맞춰져 있다.” 이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김정은 신정권에서 달러 수요는 증가하는데 비해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달러를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시장경제를 일부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의 대중무역이나 남한과의 무역은 증가했지만 다른 국가와는 제자리 상태로 대외교역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달러가 부족해지자 외국에 상품을 팔아 달러를 벌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같은 북한의 달러에 대한 집요함은 결국 권력 유지에 있다고 봤다. 그는 “시장은 권력을 달러로 바꾸게 하는 곳이다. 결국 달러를 벌어들여 이를 통해 기존의 사회주의 제도와 정치권력을 유지하려는 게 북한의 의도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은이 군부의 경제영역을 약화하거나 재편해 신세력들에 권력을 배분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장과 달러를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위원은 이날 포럼에서 북한이 정말 사회주의 경제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경제를 뒷받침하는 것은 사실상 비공식 경제라고 봐야한다". 돈을 벌고 달러를 확보하기 위해 개혁과 개방을 단지 표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북한 경제의 많은 부분을 이미 시장경제 메커니즘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원은 “정치적 고립으로 인해 북한은 경제적으로 어렵다. 경제 변화의지는 강하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변화와는 그 생각의 차이가 다르다.”며 신중하게 접근한 것을 강조했다.

5.24조치 풀어야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개성공단의 국제화와 활성화를 위해서는 5.24조치의 완화, 더 나아가 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5.24조치는 2010년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내려진 조치로,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하고 남북교류와 교역을 중단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 회장은 “5.24조치로 인해 개성공단 신규투자가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제한된 시설교체가 가능할 뿐 근로자 숙소를 입주기업들이 건설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박 대통령의 대북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5.24조치를 재검토, 수정해야 할 때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밖에도 개성공단 국제화의 걸림돌을 노동력 부족, 저생산성, 제도 미비, 원산지 문제 해결, 투자 과다, 금융 제약, 미래 예측경영 불가능 등으로 봤다. 또한 합숙소 건설·노무시스템 개선·한미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의 등으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노동력 부족 해결을 위해 평양-개성 간 고속도로를 개보수하고, 개성외 지역 노동력을 끌어올 수 있도록 합숙소를 건설해야 한다. 개성공단의 노무관리·인사·작업배치 등 노무시스템을 개선해 각 기업별로 자율적 현장 운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원산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태도로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우리 정부가 FTA관련 정례협의나 추가 협상시 개성공단 문제를 FTA 존속에 대한 필수 보완사항으로 제기해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개성공단이 만든 제품도 ‘Made in Korea’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성공과 실패를 ‘개별기업의 임의 선택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개성공단의 특수성과 역사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편견이다. 개성공단이 남북관계 전반에 주고 있는 순기능과 먼 미래, 통일한국이 될 때까지의 역사적·경제적 가치를 간과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개성공단이 국내 기업들에게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정 회장은 “개성공단 기업들은 필요한 원부자재와 소모품을 전량 국내에서 구매해 개성에서 소비하고 있어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국내 업체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중국·베트남 등지의 경영환경 악화와 기업규제 강화로 갈 곳이 없는 중소 제조업체들에게 유턴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박’은 우리 정부가 정치와 경제를 분리해 대북정책을 마련할 때 가능하다고 정 회장은 밝혔다. 그는 “정부의 정치적인 필요와 군사안보적 정당성에 개성공단이 휘둘린다면 누가 투자하려고 하겠나.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어 대북정책을 수립해야 잠재적인 수확을 얻을 수 있고, 박 대통령이 외치는 ‘통일대박’도 가능할 것이다.”고 역설했다.

통일한국의 경제적 시너지 효과는?

이번 통일포럼의 마지막은 통일에 대한 재계와 학계의 의견을 두루 청취하려는 의도로 토론회가 개최됐다.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유호열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패널로는 조동호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 원장,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 정기섭 (사)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등이 참석했다.

유 교수는 통일이 과연 대박이며 기대할 만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조 원장은 현재 통일은 경제적 논의에만 치우쳐 있다. 통일 한국은 중견국으로서 지역내 갈등을 해결하고 협력주도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해 모범사례로 만들어 지구평화에 기여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임 연구원은 경제적 시너지를 강조했다. 현재 사회적 지도층은 통일에 관심이 높다. 구체적ㆍ실질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으로 이어진 듯하다. 문제는 남북간 양극화가 심하고 미래는 불확실하다는 점이다. 노력해도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통일이 성장동력이며 기회의 창인 것을 맞다. 100% 보장되지는 못해도 준비는 계속해야 할 것이다.

정 회장은 당연히 크게 기대할 만하다. OECD가 본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30년 0%, 경제활동인구 감소, 수요에 비해 투자여력이 없다고 했다. 유일한 투자기회는 북한이다. 우리는 북에 지원을 해도 그 자금이 군사정권으로 흘러들어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서로 싸우지 말고 공존공영하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원하면 통일하면 된다. 흡수통일이 될 것이다. 북은 우리에게 도움이 못돼도 피해를 줄 수 있다. 통일되면 투자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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