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난, 싱크홀 논란 비상대책 마련 필요성...석촌호수 1년간 지하수 수위 모니터링 강화

서울시가 최악의 교통난이 예상되는 송파구 신천동 제2롯데월드 일대를 ‘교통혼잡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서울시는 또 지반침하 논란을 규명하기 위해 석촌호수 인근지역 지하수의 수위를 1년간 모니터링 하기로 했다.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제2롯데월드 저층부 개장시기를 늦추는 사안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최악의 교차로’를 구하라

엄청난 교통체증이 예상되는 송파구 신천동 제2롯데월드 일대를 교통혼잡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서울시가 연구용역에 착수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될 경우 제2롯데월드 주차장을 폐쇄하거나 진입 차량에 교통혼잡통행료를 징수할 수 있다.

현재 롯데는 서울 송파구 신천동 일대에 롯데월드타워, 애비뉴엘동, 쇼핑몰동 등으로 구성된 제2롯데월드를 건설중이다. 국내 최대 명품 전문 백화점, 아시아 최대 시내 면세점 및 복합상영관 등이 들어선다. 복합쇼핑단지는 연면적 165만㎡, 세계 5위 규모로 방문객은 연 1억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는 오는 2016년에는 잠실역사거리와 잠실역 남단의 경우, 올해 대비 약 1.4~2.2배의 통과 시간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송파대로와 올림픽로가 만나는 잠실역사거리는 평소에도 교통량이 많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가면 이 일대 교통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교차로가 더욱 혼잡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교통정보센터 관계자는 “현재 잠실역사거리의 교통량은 서울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며 “앞으로 별다른 도로망 정비 및 우회로 확보 없이 사업이 진행, 교통량이 증가할 경우 현재 도로망으로는 이 일대 교통량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서울시는 지하 6층, 지상 123층의 제2롯데월드가 저층부 3개동(10~12층)만 개장하더라도 2009년 영등포역 앞 타임스퀘어 개장 당시보다도 더 심각한 교통혼잡이 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타임스퀘어 개장 당시엔 교통혼잡이 극심한 평일 오후 5~6시와 공휴일 오후 6~7시 각각 시간당 3494대와 3528대의 신규 교통량이 발생했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는 이보다 1000여대가 많은 4529대와 4650대의 시간당 신규교통량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시는 교통대책으로 롯데 측에 무료 주차권 배부 금지, 마트 차량의 상품배송 서비스 중지 등을 요구해놓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따라 개장 직후 교통상황을 종합 판단해 제2롯데월드 일대를 전국 최초로 교통혼잡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제2롯데월드에 진입하는 차량에 대해 남산터널처럼 혼잡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다.

또 제2롯데월드의 주차장을 폐쇄하거나 차량 2부제 운영 조치도 가능하다. 서울시는 지난 4일부터 출퇴근 시간대와 주말 교통량을 조사하는 한편 임시 개장에 따른 교통 수요 분석 용역을 교통전문기관에 맡겼다.

서울시의회와 시민자문단 등에서도 제2롯데월드의 교통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강감찬 서울시의원은 시의회 개회 첫날인 지난 1일 잠실역4거리 일대를 교통혼잡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하자는 조례안을 발의했다. 서울시 시민자문단에서도 “저층부를 조기 개장할 경우 교통체증으로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은 만큼 주말에는 주차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싱크홀 공포 “지켜볼 것”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 일대의 교통이 분산될 것으로 기대됐던 탄천동측도로 확장과 올림픽대로 하부 미연결구간 도로개설 등은 아직 설계조차 확정되지 않아 개장 시 극심한 교통혼잡이 불가피하다”면서 “교통혼잡 특별관리구역 지정을 포함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공사가 한창인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제2롯데월드 일대에서 싱크홀(sink hole)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시민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싱크홀은 지하수가 유출돼 도로나 땅의 일부분이 가라앉거나 무너져 깊은 구멍이 생기는 지반침하 현상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제2롯데월드 공사로 인해 인근 석촌호수의 수면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는 보고와 맞물려 최근 잇따른 싱크홀도 공사 때문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서울시 도시안전실 관계자는 “석촌호수 지하수위가 수개월째 계속 낮아지고 있는 원인을 규명하고 특히 지하수위 저하가 인근 도로나 저층 주택가 및 상가의 지반침하에 영향을 끼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1년간 지하수 수위를 모니터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달 중 관련 용역을 발주해 석촌호수 인근 지역의 건축물과 도로 등에 지하수위 모니터링 장치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석촌호수 인근 도로나 인도의 침하를 직접 살피기 위한 순찰활동도 강화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동안 제2롯데월드와 석촌호수 일대의 지반을 구성하는 흙 사이의 빈틈을 물이 채우고 있었는데 지하수위가 내려갈수록 물이 빠져나가 지반침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면서 “기초가 튼튼하지 않은 도로나 저층 건축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하수 수위 모니터링이 실시되는 1년간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허가절차를 연기할지 여부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계획이다.

박종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지난해보다 지하수 수위가 상승돼 지반침하 가능성은 줄었다”면서도 “(정확한 판단을 위해) 석촌호수를 가만히 놔둔 상태에서 석촌호수 수위와 지하수에 어떤 변동이 생기는지 1년가량 정밀 추적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기의 석촌호수?

앞서 지난해 12월 열린 전문가 자문회의에서도 제2롯데월드 공사 때문에 석촌호수 수위가 낮아졌다는 의견이 나왔다. 공사과정에서 하루 450t씩 한강으로 배출되던 제2롯데월드 지하수 양이 최근 600~700t으로 늘어나 그만큼 지반이 약화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서울시 시민자문단 자문위원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난 2일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제2롯데월드 지하층에서 지하수가 유출되고 있고, 그것을 상류로 방류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제2롯데월드를 만들면서 주차장용으로 지하 6층까지 굴착했다”며 급하게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지하수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롯데물산이 제출한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사용 승인신청서 통과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민 자문단 소속으로, 전날 자문단이 제2롯데월드에 대해 비공개 현장점검을 벌일 당시 동참했다.

그는 “공학적으로 과연 안전한가 아닌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하겠지만 (지하수 유출) 현상으로 인근 지역에서 지반이 약화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본다”며 “석촌호수의 동호 이면도로 100m 구간에서 도로가 1∼3cm 주저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은행나무를 가로수로 사용하면 보도블록이 상승하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현장에서는 5㎝ 정도 주저앉은 인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롯데월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하수가 유출되고 석촌호수 물이 내려앉는 데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롯데가 지하 건물에서 유출되는 지하수를 다시 석촌호수로 방류하고 있고, 그것도 부족해서 한강에서 하루 450t을 끌어와 석촌호수에 채우고 있다”며 “하천에서 물을 공급하지 않으면 최악에는 호수가 말라버릴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시 롯데그룹 관계자는 “석촌호수는 원래 인공호수로 오래전부터 송파구와 롯데가 물을 한강에서 끌어와 호수에 채웠다”며 “제2롯데월드 공사 때문에 생긴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한편, 10일 박교수와 학계 전문가들이 신고 된 싱크홀 의심 지역에서 도로 침하 원인을 확인한 결과 ‘물이 흐르는 원인은 석촌호수 지하수 유입이 아닌 상수도관 파열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일단 신고 된 도로침하는 제2롯데월드 공사가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결과가 논란을 잠재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박교수는 “(도로 침하를) 일으킨 원인은 상수도관로에서 나오는 물이지만 물이 나왔다고 해서 지하수 흐름이 되는 것이 아니다. 어디론가 흘러가야 하는데 흘러가게 하는 원인이 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것은 광역적인 지하수 조사에서 밝혀질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석촌호수 인근의 싱크홀 의심 지역은 5군데 정도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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