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8일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를 열고 이호진(52) 전 태광그룹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86) 전 상무가
고령, 질병 등을 이유로 형집행을 3개월 동안 정지하기로 했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전상무는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석방됐다.

이 전 상무는 지난해 1월 회삿돈 400억원을 빼 쓰고 회사에 97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횡령·배임)로 징역 4년에 벌금 10억원 확정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검찰은 이 전상무가 고령이고 고칼륨혈증과 관상동맥협착증, 뇌병변, 뇌경색 등을 앓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또 이 전상무는 고도의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 보는 사람의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혼자서는 거동이 안 돼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 식사 등을 해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전 상무가 고령이기는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재벌은 구속집행정지 또는 형집행정지의 ‘단골’이라는 인식은 계속 이어지게 됐다. 이 전 상무의 아들인 이호진 전 회장, 이재현(54) 씨제이(CJ)그룹 회장, 김승연(61) 한화그룹 회장 등 최근 재판을 받은 재벌들은 모두 건강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와 형집행정지를 받아냈다.

과거 사례들을 보면, 재벌 총수는 법정에 출석하면서 휠체어 신세를 지거나 수염을 깎지 않은 초췌한 표정을 언론의 카메라에 노출시키고는 했다.‘아프다’는 의사표시는‘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정찰제 판결’을 받아내지 못할 경우 구속집행정지(재판중인 경우)나 형집행정지(형이 확정된 경우)로 풀려나기 위한 사전정지 작업의 일환이기도 했다. 구속집행정지나 형집행정지를 받더라도 선고 형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나중에 집행유예로 형이 확정되거나 사면을 받으면 그대로‘자유의 몸’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전 상무의 형집행정지로 현재 수감중인 주요 재벌은 각각 징역 4년과 3년6월 형이 확정된 최태원(53) 에스케이(SK)그룹 회장, 그 동생인 최재원(51) 부회장 정도만 남게 됐다.

하지만 검찰과 법원에서 재벌들이 구속집행정지나 형집행정지를 받아내는 것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이 전 상무의 경우 형 확정 뒤 1년 동안 건강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받았으나 지난 3월 연장이 거부돼 재수감됐다. 지난달 초 서울구치소가 다시 검찰에 형집행정지를 건의해 지난달 19일 심의위원회가 소집됐다. 하지만 검찰은 ‘서류만으로 결정할 수 없다’며 판단을 미뤘고, 이번에 혈관외과·정신과·내과 전문의 등 외부인사들과 함께 이 전 상무의 상태를 살핀 뒤에야 관상동맥협착증과 치매 증상이 심각하다는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결정했다. 과거 두 차례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던 이재현 회장도 연장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4월30일에 재수감됐다가 지난달 24일 법원에서 다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구속집행정지나 형집행정지 심사가 좀더 깐깐해진 까닭은 여론의 따가운 눈총 때문이다. 지난해‘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의 윤길자(69)씨가 무기징역형을 선고받고도 형집행정지 처분을 5년 가까이 연장받아 병원 등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해온 사실이 드러나자 검찰이나 교정당국에서는‘합법적 탈옥’의 방조자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2010년 형집행정지 심의위원회가 도입된 이후 현장에 직접 나가 점검한 건 이 전 상무의 경우가 처음이다. 심의위 개최도 강제사항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 전상무는 재수감된 이후 지난달 5일 구치소의 자체 판단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돼 입원치료를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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