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래 공정위원장 "대기업 편들다 해임 압력 받아..."
노대래 공정위원장 "대기업 편들다 해임 압력 받아..."
  • 백서원 기자
  • 승인 2014.06.30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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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담합 조장, 거센 비난...건설사에 잘못된 신호 될 것

정의당이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의 해임안을 제출할 것을 밝혔다. 노 위원장은 지난 20일 4대강 사업 등 정부발주 사업에 입찰담합으로 과징금을 부과 받은 삼성, 현대, GS, SK, 대우, 대림 등 건설업체 대표들과 면담에서 입찰담합 업체들의 제제 및 처벌 수위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노 위원장의 발언에 강한 후폭풍이 불고 있다.

노위원장 문제의 발언

정의당이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의 해임안을 제출하겠다고 23일 밝혔다. 노 위원장의 ‘대형 건설사 봐주기’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정의당 박원선 정책위원장은 당 상무위원회에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입찰담합 업체에 처벌을 완화해주겠다는 발언에 “소임을 망각한 공공연한 유착”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불공정업체에 대한 제재와 처벌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은 대놓고 면죄부를 주는 행위며, 이는 바로 관피아 척결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울러 그는 “노 위원장이 자신의 발언에 분명히 해명해야 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노 위원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즉시 경질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위원장은 지난 20일 건설업체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건설사들이 담합을 하더라도 입찰 참가자격까지 제한해 미래 영업까지 제약해서는 안 된다”며 “담합 등 불공정행위로 적발된 건설업체들의 입찰 제한 제도 개선을 요청할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특히 지난 4대강 사업 등 정부발주 사업에서 입찰담합으로 과징금을 받은 삼성, 현대, GS, 대우, 대림 등 대형 건설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사실에 후폭풍이 있었다.

노 위원장은 1년여 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으로 취임할 당시 지금과는 정반대의 발언을 했다. 그는 “담합이 적발되면 기업이 망한다는 인식이 자리잡도록 규제할 것”을 피력했었다.

한편 국가계약을 소관하는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사전논의가 조금도 이뤄지지 않았고 검토요청도 없던 내용”이라며 노 위원장의 발언이 사전 논의된 것이 아님을 밝혔다.

불공정 뒷전, 달래기 급급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은, 앞서 20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건설업계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건설업계는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과의 간담회 때 담합처분에 대한 선처, 담합제재 관련 제도개선, 담합에 따른 해외수주 차질 예방, 공공발주기관 불공정관행 정상화 등 4가지 건의사항을 들고 갔다. 하지만 공공기관 불공정문제는 뒷전이었다. 담합 문제에 대해서만 1시간반에 걸쳐 논의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는 질책과 당부의 시간이었다. 노 위원장은 그 동안 건설업계나 단체의 여러 차례 면담·간담회 요구를 예외없이 거절했다. 그런 위원장이 이날 업계 만남을 스스로 자처한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여겨진다.

한 참석자는 “건설업계는 담합 문제에 관해서는 할 말이 없다는 게 위원장의 강력한 질타였다. 절대 핑계를 대거나 남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되며, 무조건 잘 하겠다, 자중하겠다는 자세로 임해도 국민들이 납득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질책하면서 쇄신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고 말했다.

노 위원장은 간담에 앞선 인삿말에서도 “앞으로는 담합을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견지해달라”고 당부했다. ‘국민들의 시선이 아직도 곱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다.

다만 그는 담합처분으로 인한 업계의 어려움, 해외건설 부문의 차질에는 적극 공감해 법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간담에 앞선 보도자료와 인삿말을 통해 분명히 한 담합 처분사에 대한 국가계약법령상 입찰참가자격 제한 개선문제만 해도 기자간담 때 발언과 달리 이미 해당부처에 지시를 내린 상태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차관보와 조달청장까지 겸임하신 만큼 개선대상인 국가계약법령은 물론 이를 담당할 기재부 공무원들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분이다. 업계 간담회에서 사전조율이 없이 이 정도로 자신있게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실제 간담 때도 이런 점을 시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입찰담합사에 대한 중복처벌 및 처분 중에 국가계약법령상 2년 이하 입찰참가제한이 자동적으로 내려지는 문제는 국계법 시행령 76조1항만 손질하면 된다.

1항의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요건 중에 담합사로 명시한 7호(계약상대자 간에 서로 상의해 미리 입찰가격, 수주물량 등을 협정하거나 특정인의 낙찰 등을 위해 담합한 자)를 삭제하면 되는 작업이다. 다만 죄질이 나빠 입찰제한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동항의3호(독점규제및공정거래법 등의 규정에 위반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참가자격제한 요청이 있는 자)를 활용하면 된다.

노 위원장은 이날 과징금의 분할납부와 이연납부의 활용성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검토 중이란 점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가 이날 “현재도 업계의 현실적인 부담능력을 반영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분할 납부나 납부시기 연기 등도 탄력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제대로 운용되지 못한다고 업계는 지적했다. 최근에도 한 건설사가 과징금 분할납부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사례까지 있었다. 노 위원장의 발언은 ‘이런 애로점을 법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 완충하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과징금 자체의 감면이나 조정 가능성은 일축했다고 전해진다. 노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해외 각국의 과징금 수준이 우리보다 훨씬 더 강하고 담합의 판정 요건도 더욱 엄격하다는 것이다. 노 위원장은 심지어 “외국에서는 서로 윙크만 해도 답합이다”고 지적했다. 과징금보다는 중복제재 부분에 주목하고 있고, 업계 차원의 담합근절을 위한 연구용역 때도 이런 점을 외국과 객관적으로 비교해볼 것을 조언했다.

건설업계에서 기존 처분업체에 대한 사면(그랜드바겐) 문제도 제기했지만 노 위원장은 사정당국의 수장으로서 언급할 문제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건설산업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발안권을 가졌고 관계장관회의에서 제기하면 논의는 가능하지만 가장 우선시 될 것은 ‘국민적 공감’이라고 강조했다.

담합에 면죄부 준 간담회

건설사들은 부정당업체 지정을 금지해달라는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과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등을 제기, 일단 부정당업체 지정은 면했다. 하지만 앞으로 소송에서 패소하면 공사 입찰참가 제한을 따라야 한다. 건설업계 대표들이 지난 간담회에서 "과징금에다 입찰참가 제한까지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중복처분"이라고 주장한 이유다.

이에 노 위원장은 "지금처럼 담합사건이 많이 발생하면 대규모 국책사업 발주에 지장을 초래하고 건설업계 발전에 제약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입찰참가자격 제한 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올해 들어 적발된 입찰 담합은 경인 아라뱃길과 부산도시철도 공사 등 벌써 10건째다. 과징금이 3천억 원을 넘었지만, 담합은 여전하다.

과징금 등 처벌로 인한 손실보다 담합을 통해 얻는 이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 위원장은 가장 강력한 처벌규정인 입찰 참가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건설사들의 영업활동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이유지만, 시민단체들은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경실련 권오인 국책사업감시팀장은 "담합을 조장하는 그러한 행위로 밖에 볼 수 없다. 친재벌적인 그런 행태이고 어떻게 보면 월권적인 언급“이라고 밝혔다.

입찰참가제한을 완화하겠다는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이, 건설사들의 공사 담합에 면죄부를 주고 불법을 부채질 한다는 비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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