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길홍 공정뉴스 회장

2014년 4월 16일 아침 8시 50분. 세계가 한강의 기적이라고 극찬한 대한민국이 송두리째 침몰하는 순간으로 기록됐다.

해방후 격동기에 태어난 세대들은 건국의 좌우 이념투쟁은 물론 6.25 전쟁의 동족상잔과 보릿고개의 가난을 몸으로 체험했다.

바로 5.16 군사혁명, 민주와 반민주의 갈등, 유신과 반유신의 사생결단식 정쟁, 10.26 대통령 시해, 소위 5.17 내란음모와 5.18 광주사태 등 파란만장한 역경의 와중에서도 용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실천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주역이었다.

그 주역들이 7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평생을 공들여 쌓아온 헌신과 공로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국가적 비극을 바로 진도앞바다 세월호 침몰 현장에서 목격했다.

세계 경제대국 10위권 진입, 무역1조원 시대 달성, G20 정상회의 주재, 88올림픽 월드컵 축구 유치 등을 통해 국제적 지위와 국력신장을 과시해온 대한민국은 사상누각의 허울만 그럴듯한 나라로 세계의 조롱을 받고 말았다. 겉만 번지르하게 발전하고 안으로는 썩어 텅 비기만 한 대한민국의 초라한 모습을 드러내는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먹을 것 안먹고 입을 것 안입고 뼈 빠지게 열심히 일해 일구어 놓은 우리세대가 말년에 가서 이런 창피를당하다니 참으로 억울하다. 가난의 유산을 후손에게 남겨줄 수 없다는 투철한 애국과 보국의 정신으로 뭉쳐 당대에 욕은 먹었지만 후세가 훌륭한 대통령으로 평가하는 지도자의 국정운영에 모두가 협조하여 오늘의 번영과 선진국 진입의 문턱까지 왔다.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일역을 담당했다는 나름대로 느끼고 있는 긍지와 자부가 이 참극 앞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기성세대와 기득권 세력의 한사람으로서 국가가 침몰하는 것과 다름 없는 이 비극의 원인과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음을 통감하고 있다. 몇 백년을 먹고 살 게 없어 굶주리고 가난하게 살다 보니 우리도 모르게 물질만능의 사고와 생활에 포로가 되는 인생을 살았다.

가정과 학교에서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잘먹고 잘사는 출세지향 교육과 경쟁에서의 승리만을 가르쳤다. 인간의 기본이 되는 질서와 예절등 충효예의 전통적인 인성교육을 중요시 않고 등한시한 크나큰 잘못을 부지불식간에 우리 모두가 저질렀다. 상식과 원칙과 법이 우선하는 교육을 뒷전으로 몰아붙인 마땅한 죄값을 지금 대한민국 전체가 치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머리를 쥐어 짜서 아무리 좋은 제도와 법규와 규칙을 만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법을 만든 정부고위층과 정치지도자들이 법과 원칙을 짓밟고 무시하면서 서민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지키라고 강요하면 영(곹)이 설 수가 없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만 보더라도 해운관련 면허, 절차, 법규, 메뉴얼 등이 있지만 종사원들의 실천과 훈련이 이루어지지 않아 대참사를 빚었으며, 비상사태에 대처하는 정부 부서 책임자와 고위직 공무원이 위기대응에 서툴러 우왕좌왕하다가 300여명의 꽃다운 학생들이 수장되고 말았다.

위기관리 시스템의 작동도 중요하지만 위기대응의 점검이나 사전훈련이 부족한 것이 세월호 사고의 본질임을 파악해야 한다. 소위 민주화투쟁만 과신한 민간출신의 정치인과 고위관료들은 군사문화의 재현을 터부시해 왔다. 군사문화는 훈련의 반복을 무척 강조한다. 전쟁대비 을지연습과 민방위훈련 때 유능한 지휘관이 위기관리 및 수습훈련에 철저했더라면 피해를 줄 일 수 있었을 것이다. 군사문화도 필요하면 유용하게 활용해야 한다. 만약 군출신 대통령이 현장에 있었다면 어떤 결정을 내렸고 어떤 구조지시를 했을지 상상해 본다.

구조방법을 결정하는 정부 고위공직자나 사고현장의 지휘관에게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는 시스템에 의한 국정수행의 재량권을 언제 어디서나 확실하게 부여해야 정책이나 국사가 제대로 돌아간다.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고 그에 따라 무한책임을 묻는 국정운영의 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총괄하는 분야별 국정운영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최소한의 혼선과 시행착오는 예방할 수 있다. 그 다음,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교육의 제도와 방식이 조변석개하는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는 교육백년대계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 10년 단위로라도 교육제도를 바꾸지 않고 운영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교육이 올바른 인성교육으로 정착되고 개혁하게 되면 국가개조도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자연스럽게 실현된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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