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유포자 의혹 김병일 전 대변인 사망...실제 유포자 이모씨 검거

[강우석 기자] 김병일(55) 전 서울시 대변인이 24일 홍콩의 호텔에서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되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지 경찰은 사망한 김 전 대변인에게 특별한 외상이 발견되지 않고, 외부 침입 흔적이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정확한 사망원인과 경위를 조사 중이다.

대통령인수위 전문위원, 서원학원 이사장 등으로 활동했던 김 전 대변인은 지난 19대 총선 때 충북 청원에서 출마하기 위해 예비 후보등록을 마쳤으나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출마를 포기했다.

3월, 홍콩의 IP로 개설된 야후 블로그 Crime To Guilty에는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이 제주도에서 골프를 치고 성접대를 받았다'는 루머가 퍼졌다.

문제의 블로그에는  ▶제주도에서 골프를 치고 성 상납 ▶일식집 주인과 불륜 관계 ▶불법적 선거자금 수수 및 자금 배포 의혹이 있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사건초기 정 의원은 청주 흥덕갑 예비후보였던 손인석(41)새누리당 전 중앙청년위원장을 유포자로 보고 손씨와 캠프관련자 2명을 검차에 고발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에서 문제의 블로그가 김 전 대변인의 페이스북 계정이 연동된 사실을 확인했다.

같은달 22일 김 전 대변인은 충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1차 소환조사를 받았다. 그는 경찰에서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해킹당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추가소환 통보를 받자 27일 해외 업무를 이유로 홍콩으로 출국했다. 경찰은 김 전 대변인에 대해 3차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자 법원으로부터 4월23일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신병 확보에 주력했다.

일각에선 김 전 대변인이 수사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죽음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김 전 대변인의 한 지인은 "평소 학자풍으로 명예를 중시했다. 그가 4.11총선에서 친이계라는 이유로 낙천한 데 이어 경찰 수사까지 받게 되자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찰은 루머 유포자가 홍콩IP를 사용하고 있어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사건은 엉뚱한 곳에서 해결됐다. 저축은행비리를 수사하던 경찰에 의해 루머 유포자를 찾아냈다.
김찬경(56·구속 기소)미래저축은행 회장을 협박해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는 신우코리아 이왕재(43)대표가 지난해 10월 홍콩에 머물며 블로그를 개설한 사실을 확인한 것.

원희룡 의원 보좌관 출신인 이 대표는 김 회장의 부탁으로 회사 명의를 대여해 160억원을 대출받게 해 주고는 이를 빌미로 김회장을 협박해 3억 8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받고 있다.

그는 홍콩에 머물면서 "김 회장의 동생이 350억원을 불법 대출받고 돌연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했다" "김 회장이 부실 담보대출로 사기 증자를 벌인 의혹이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글들이 기사 형식으로 블로그에 게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전 대변인이 명예훼손에 주범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의 죽음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 전 대변인과 이 대표와의 관계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김 전 대표가 홍콩에 머물던 시기에 이 대표도 같은 시기에 홍콩에 머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이 평소 알고 지내던 사이였는가에서부터 김 전 대변인이 평균 조회수 10건도 안되는 개인 블로그에 접근해 정의원 관련 글을 페이스북에 연동했는지도 미스터리이다.

충북경찰청은 김 전 대변인에 대해 '공소권없음'기소하고, 블로그 개설자인 이 대표에 대해선 수사를 보강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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