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이 김선달이 울고 있습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지하에서 통곡하고 있습니다.

웃자고 시작한 일을 흉내 낸 못된 후손들 때문입니다.

사실 그가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것은 치기에서 시작됐습니다.

소위 잘난 체 하는 사람들을 농락하기 위해서 벌인 일입니다

사대부들의 허위와 위선이 꼴 보기 싫었거든요.

또 권력에 빌붙어 이권을 챙기는 일부 몰지각한 장사꾼들도 얄미웠습니다.

그래서 한 방 먹인 겁니다.

지역과 출신을 따지는 이씨조선시대 사회의 부조리에 나름으로 저항한 것입니다.

그는 주판알 튕기기에 이력이 난 한양 상인들에게 대동강 물을 팔았습니다.

황소 60마리 값에 해당하는 거금 4천 냥을 받았습니다.

손 안대고 코를 푼 셈입니다.

그때 봉이 김선달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21세기를 사는 후손들이 자신을 모방하리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는 혀를 차고 있습니다.

치기어린 자신의 농 섞인 사기(?)와는 차원이 달랐으니까요.

후손들의 사특한 아이디어에 기가 막힐 뿐입니다.

우선 품목이 기상천외 했습니다.

보기는커녕 들어보지도 못한 금강석을 아이템으로 선정했습니다.

후손들은 그것을 다이아몬드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땅 속에 매장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자신은 엄연히 눈에 보이는 아이템을 다뤘으니까요.

어떻게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물건을 가지고 장사할 생각을 했을까.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다이아몬드가 돈이 된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물처럼 당장 없으면 안 되는 물건도 아닌데 어찌 그런가.

모를 일은 이 뿐이 아닙니다.

대동강은 나라 안에 있습니다.

이 나라 백성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다이아몬드가 있는 곳은 아프리카 어디라고 합니다.

카메룬이라고 하더군요.

21세기 사람들은 나라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이아몬드는 잘 모르고 축구는 좀 하는 나라 정도로 알고 있었습니다.

봉이 김선달은 기분이 팍 상해버렸습니다.

CNK라나 뭐라고 하는 회사 이름이 나왔거든요.

그는 혼자 기획하고 움직였지 무슨 조직을 만든 적은 없습니다.

거기에 외교통상부라는 정부부처의 이름도 나오고 있습니다.

에너지 자원대사라는 사람이 연루됐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배후에는 정권 실세가 도사리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광물을 가지고 이들이 협잡을 했다는 것입니다.

봉이 김선달은 한숨만 쉴 뿐입니다.

자신은 권력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육조의 판서 한 사람 알지 못합니다.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숨은 권력자는 언감생심이지요.

소위 센 놈들이 모여서 한 탕 한 것입니다.

참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을 골탕 먹이기는 했지만 그는 외부의 힘을 빌린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그럴 주변이 안됐습니다.

설사 그럴 수 있었다 하더라도 모양새 안 나는 것은 싫어하는 그입니다.

그가 세상을 우롱한 것도 그런 축들이 나대는 게 아니꼬워서 그런 거니까요.

가관인 것은 그들의 한 탕이 서민들을 향했다는 것입니다.

외교통상부는 보도자료를 내서 일반국민들의 기대에 인증을 부여했습니다.

일개 기업의 사업에 정부부처가 나선 겁니다.

정보가 없는 개미 투자자들이 몰린 것은 당연하지요.

CNK 인터내셔널이라는 있어 보이는 기업이 하는 사업입니다.

회사 이름에서도 어딘지 벤처 분위기가 풍기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정부부처까지 군불을 땠다고 합니다.

어느 국민 어느 백성이 동하지 않겠습니까.

봉이 김선달은 주식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래도 감은 잡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투미(投米)와 비슷한 방식일 것이라는 가늠 정도는 하거든요.

사실 투미(投米)라는 것은 사람 잡는 것입니다.

한몫 쥐어 보겠다고 먹는 쌀을 가지고 도박을 하는 것이거든요.

하긴 그가 살았던 시대에는 쌀만한 거래수단이 없었지요.

그러니 장사치들이 쌀 가격의 변동을 노리는 것입니다.

장사치들은 쌀을 가지고 장난을 칩니다.

매점매석은 다반사이고 거간들의 농간에 놀아나는 쌀값에 죽어나는 것은 백성입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주가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작전세력이 존재합니다.

루머를 기획하고 생산해 내는 세력들은 프로들입니다.

간혹 치고 빠지는 꼼수가 들통이 나서 된서리를 맞기도 하지만 그 때 뿐입니다.

작전세력들의 발호는 뿌리 뽑히지 않습니다.

얽히고설킨 가지들이 워낙 견고하기 때문입니다.

재벌가의 직계들이 개입돼 있는 사례도 비일비재 합니다.

잘 나간다 하는 재벌 2세나 3세들이 주가조작과 관련해 신문지상에 오르내리곤 합니다.

주식에 문외한인 일반인들에게는 달나라 얘기로 들립니다.

그러나 이들의 장난에 엮인 개미들은 거덜이 나기 일쑤입니다.

개중에는 푼돈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확천금은 개미들의 차지가 되지 않습니다.

개미들은 한 탕을 해치운 작전세력들이 빠진 이후에 발을 담그거든요.

추격매수를 하는 겁니다.

뒷북을 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끌려 다니는 것이 개미들의 숙명이지요.

쌈지 돈을 넣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대출을 받아 올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차는 벌써 떠나간 지 오래입니다.

본전 생각에 끌어안고 주저하는 사이 나락으로 떨어지기 십상입니다.

팍팍한 삶에 부대끼다 일탈을 감행한 대가치고는 너무 큽니다.
다이아몬드 스캔들의 진실이 밝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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