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월가 시위 끝난지 얼마 안돼 너도나도 실적잔치
위기발생과 미래비용에 대비한 체력을 쌓는 게 급선무

전년 경기가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민ㆍ신한ㆍ하나 등이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은 독과점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를 이용한 예대마진과 수수료 수익이 순이익의 절대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독과점 환경과 이익구조 때문이다.

은행은 정부의 보호도 받는다. 일정액의 예금을 보장해 줘 부도시 급작스런 대규모의 예금인출사태를 막아주고, 도산 위험에 직면했을 경우에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지원받기도 한다.

은행이 민간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배당 자제를 요구 받고 임원에 대한 높은 임금이나 성과급을 간섭 받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반 월가 시위가 발생한 후 잠잠하던 은행들의 탐욕이 다시 한 번 기승을 부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반 월가 시위를 한지 얼마나 됐다고 너도나도 실적잔치를 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지주나 은행은 높은 예대마진과 수수료이익, 그리고 현대건설이나 하이닉스 매각 차익으로 1조9,930억~4조2,78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수익이 많다보니 주주를 위해 높은 배당지급을 추진하다가 금융 당국과 마찰을 일으켰고 급기야 당국 수장이 공개적으로 자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배당 논란이 잠잠해지자 은행들은 또 다른 성과급을 임직원에게 내놓았다. 위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당장 돈이 넘쳐나니 은행들이 앞다퉈 나눠 갖겠다는 심보이다.

국민은행이 지난해 말 기본급 150%의 성과급을 임직원에게 지급했는데 총액 규모는 700억~8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에 질세라 신한은행은 200%(전년도) 이상의 성과급(현금과 주식 각각 절반씩 지급)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인원은 국민은행에 비해 적지만 성과급 지급 비율이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신한은행 역시 성과급 총액은 국민은행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인수를 코앞에 둔 하나은행도 100% 이상의 성과급 지급을 검토하고 있고 우리은행도 6년 만에 성과급 지급을 노사가 논의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에서조차 “올해는 복합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할 정도로 올해의 경제상황은 어렵다는 점이다.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번져 부실채권이 늘어날 경우 금융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신년사에서 금융계 최고경영자(CEO)들이 하나같이 ‘내실경영’이나 ‘리스크 관리’를 강조한 것도 어렵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겉과 속은 너무 다른 듯, 은행은 버젓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다.

금융감독은 “배당부터 성과급 등을 놓고 당국이나 국민의 시선이 좋지 않은 것도 국내 은행이 갖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여러 이유를 막론하고 위기의 경고음이 커진 지금, 실적잔치를 하기보다는 체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은행의 성과급 잔치가 국민의 박탈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국책연구기관도 “정부 허가를 얻어 사업을 영위하는 은행은 독과점의 혜택을 누리고 있고 이익의 대부분도 내국인을 상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번 돈”이라면서 우회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금융업은 판매 후에도 다양한 애프터서비스 비용이 발생하므로 위기 발생이나 미래 비용에 대비한 체력을 더 쌓는 게 급선무라는 얘기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수수료 인하와 이자 감면 등 은행 역시 사회적 책임을 위한 많은 활동을 했다. 직원한테 주는 복지혜택을 가지고 ‘탐욕’을 운운하는 것은 좀 지나친 간섭이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성과급 지급 자체는 회사의 고유 판단으로 문제로 여길 일이 아니지만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상황을 감안한 판단이 아쉬워 보인다. 은행들은 어렵게 고생하고 있는 서민들의 감정을 고려해 잔치를 당장 중지하고 위기에 대비한 체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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