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 수순 밟기 앞서 ‘피의 숙청’ 불가피

북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권력 승계 완료
삼성, 이병철-이건희-이재용 경영 승계 진행

지난 17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3남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에게 권력이 승계될 전망이다. 이렇게 해서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3대 세습이 이뤄졌다.

국제사회는 3대 세습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지만 최근 김 위원장 사망이후 권력승계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전히 일각에서는 불안감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의 후계자 수업 기간이 짧은 탓에 국가를 지휘하는 데 있어 전문성을 갖췄을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더구나 능력도 검증되지 않아 김정은 체제가 연착륙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보면 ‘국가의 위기’이다.

2010년 김정은ㆍ이재용 급부상

북한의 3대 세습은 국내 기업들의 3대 세습과 비견되고 있다. 현재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한화그룹 등에서 3대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경영권 승계가 북한의 권력세습과 맞물려 회자되고 있다. 

기업과 국가는 다르다. 무엇보다 북한과 삼성을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삼성이 비교되는 것은 3세 세습과 승계를 앞두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김정은 부위원장과 이재용 사장은 지난해 본격 후계자 구도에 들어섰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해 9월 28일 당 대표자회를 통해 후계자로 책봉됐다. 이재용 당시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들의 등장은 공교롭게 ‘피의 숙청’으로 이어졌다. 김 부위원장의 후계자 책봉을 앞두고 공개처형이 급증했다. 지난해 60회 공개처형이 이루어졌다. 이는 전년(2009)에 비해 3배나 증가했다.
그의 후계자 책봉을 앞두고 물밑에서 많이 저항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저항이 피의 숙청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하다. 

특히 후계구도에서 경쟁대상이었던 이복형 김정남에 대한 두 차례의 암살시도가 있었다고 알려졌다. 삼성에는 이용철, 이제강 등 고위층이 잇따라 석연치 않은 죽음이 있었다.

북한전문가 A씨는 “김정은은 지난 1년간 경험부족과 역량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공포정치와 우상화 정책을 밀어 붙여왔다”고 지적했다.

삼성도 마찬가지이다. 삼성은‘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진 경영승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재용 사장이 사장 승진과 함께 본격 경영행보가 시작되면서 ‘부패척결-이학수 라인정리-이재용 체제구축’의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지난 6월 8일 오창석 삼성테크원 사장이 경질됐다. 형식적으로는 감사 결과에 대해 CEO로서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의이다. 6월 13일 삼성카드의 CFO인 최모 전무(경영지원실장)가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서슬 퍼런 칼날이 삼성 내부를 향했다. 겉으로는 부정부패 척결이다.  일각에선 ‘이학수 라인 자르기’라는 지적이다.

이학수 고문 라인 제거는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시작됐다. 이 회장은 해외출국하면서 “어느 세대건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며 ‘젊은 세대론’을 설파했다.

이재용 사장과 걸끄러운 관계가 있는 이학수 당시 삼성전자 고문을 삼성물산 고문으로 보내는 등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그리고 신설한 미래전략실장에 김순택 부회장을 임명했다.

이어 최광해 삼성전자 부사장, 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 등 이학수 사람들로 알려진 인사들이 대거 삼성을 떠났다. 또 배호원 삼성정밀화학 사장,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 김응용 삼성라이온즈 사장, 김재욱 삼성LED 사장, 성영목 호텔신라 사장,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 등이 삼성을 떠나거나 2선으로 물러났다. 이 가운데 ‘이학수 사람’이 상당수이다.

재계 일각에선 이회장의 ‘위기론’이나 ‘젊은 세대론’은 결국 경영세습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후계자 '검증 부족' 불안

국가나 기업은 후계자의 리더십이 절대적이다. 흥망성세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경우 CEO 스티브 잡스는 사망하기 두 달 전인 8월에야 팀 쿡을 후계자로 선택했다. 잡스 타계이후 애플은 리더십 공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반면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 GE의 승계 절차는 치밀하다.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친다. 회장 자격에는 도덕성, 가치, 경험, 비전, 리더십, 결단력, 공정성, 에너지, 균형감각, 용기의 조건을 검증한다.

전설적인 CEO 잭월치가 회장에 취임한 것은 1981년이다. 선대 레그 존스 회장이 19명의 후보를 놓고 치열한 경쟁과 검증이 시작된 것은 7년 전인 1974년이다. 이런 검증을 통해 잭월치가 선발됐다. 그는 시장가치 120억 달러에 불과하던 기업을 4500억 달러 규모로 성장시켰다. 지금의 CEO인 제프리 이멜트도 후보군 24명 가운데 철저한 검증을 통해 선발했다.

북한과 삼성이 불안한 이유는 후계자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김정은 부위원장은 2006년 스위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다. 김일성 군사종합대학 보병지휘관 3년제와 연구년 2년제를 수학했다. 그가 후계자로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뇌졸중 발병 이후이다. 장성택과 함께 김정은이 친필 제의서를 결재하기 시작했다.

한기범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은 “현재로선 김정은에게 김정일의 내부관리만큼의 능력이 있는지, 국정 전반에 대한 균형 능력이 있는지 검증이 안됐다”면서 “대화와 협상 능력, 대외관계를 어떻게 소화할지 미지수이다. 현 상황관리에 치중하다가 정책적으로 여력이 생긴다면 유훈 통치라는 점에서 보수정책으로 흐를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재용 사장의 경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이 많다.
이 사장은 지난 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다. 일본 게이오대학과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한다. 2001년부터 본격 경영수업을 쌓는다. 이 사장은 벤처 붐에 편승하여 e-삼성 등을 세우고 인터넷 사업을 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이것은 이 사장에 경영검증에 오점으로 남았고 ‘e-삼성 실패’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 붙고 있다.

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약진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에 차분한 경영리더십도 아직까지 탄탄한 후계자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이 사장에겐 위협이 되고 있다.

영국의 유럽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2일자 온라인판 기사를 통해 “한국 대기업들은 전체 노동력의 4분의 1에 지나지 않은 인력을 고용해 국내 총생산량(GDP)의 절반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이 재벌시스템은 태생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를 위험을 안고 있다. 분식회계와 불법 정치자금 등 문제를 양산해 왔다”고 비판했다.

또한 “재벌기업 대다수가 불건전할 정도로 창업주와 그의 친인척에 의해 좌우된다”면서 삼성을 예를 들었다. 삼성은 ‘창업주인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이재용 사장이 자질을 갖췄다면 다행이지만, 아닐 경우 나라 전체가 고통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명철 한국증권경제연구소장은 “삼성전자는 1년 매출액이 150조원이 넘고 영업이익이 17조원에 달하는 초거대기업이다. 이건희 회장 일가가 소유한 주식은 1%도 안 된다. 개인에게 넘겨줄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에버랜드의 불법 전환사채 발행으로 3세 경영권 승계가 가능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국내 대부분 기업 창업주들은 2세에게 아무런 검증 없이 경영권을 세습했다. 그 결과 97년 IMF외환위기가 시작되면서 30대 기업의 절반이상이 부도를 맞거나 나락으로 떨어졌다. 경영능력없이 사업을 다각화하거나 부풀리면서 생긴 실패이다. 경영능력은 유전되지 않는다. 철저한 검증을 통한 경영승계가 이루어져야 하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야 한다”고 했다.

북한과 삼성은 이제 새로운 도전 앞에 섰다. 유럽의 재정위기로 세계 경제가 위기를 맞는 상황에서 북한과 삼성의 후계자들이 어떤 리더십을 보일 것인가에 세인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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