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관련 지표 예상치 웃돌아…내년 경제성장률 오를 듯
주택경기 바닥다지기…‘고용회복’이 시너지효과 낸다


미국경제지표가 예상보다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유럽에서 더 이상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으면 뒤늦은 산타랠리를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사흘째 활짝 웃으며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대비 61.91포인트(0.51%) 오른 1만2169.65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0.28포인트(0.83%) 상승한 1254.0, 나스닥 지수는 21.48포인트(0.83%) 뛴 2599.45로 마감했다.

이는 미국 경기지표가 잇따라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덕분이다. 11월 미국 경기선행지수가 전월대비 0.5% 상승한 118.0을 나타냈다. 10월보다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기는 했지만 시장 예상치(+0.3%)를 웃돌면서 7개월 연속 오른 것이다. 앞으로 3~6개월 내 경기전망을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함에 따라, 내년 상반기에도 경기회복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가계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수치화한 미시건대 소비자신뢰지수(최종)또한 지난달대비 5.8p 상승한 69.9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수치로, 8월 이후 4개월 연속 올랐으며 1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솔린판매가격의 하락, 주식시장의 반등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앞으로 가계소비심리가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더욱 주목할 만한 호재는 고용지표의 개선이다.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있지만 아직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임을 감안할 때 고용회복이라는 촉매제가 더해져야 경기회복의 선순환이 가능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12월 주간 신규실업수당신청자가 가파른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시장의 예상보다 1만1000건이나 적은 36만4000건으로 집계됐다. 지난주 36만8000건보다도 줄어들었으며, 지난 2008년 4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계절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용회복에 의한 자생적인 경기회복 가능성이 커지는 대목이다.

 

연말랠리 시작되나…주택 지표개선에 주가 3%↑

 

앞서 미국 주택시장관련 지표가 눈에 띄게 개선되면서 모처럼 큰 폭의 증시상승을 이끌었다. 지난 2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지수가 300포인트이상 뛰었다. 이달 들어 최대 상승을 보인 것이다.

전날 100포인트 떨어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대비 337포인트(2.9%) 상승해 1만2103으로 마감했다. S&P500지수는 3% 오른 1241을 기록했으며 나스닥 복합도 3.2% 상승한 2603으로 장을 마쳤다. 이를 두고 월가에서는 ‘연말랠리’의 시작이라 해석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표 개선은 미국 경제가 최소한 얼마 못 가 또 다른 불황으로 굴러들어 갈 수 있다는 우려를 씻어준다는 분석이다.

미국 주택관련 지표가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미 상무부가 발표한 11월 주택착공건수는 연률 기준 68만5000채로, 전월대비 9.3% 증가했다. 또 주택 착공의 선행지표인 건축허가건수 역시 68만1000채를 기록했다. 두 지표 모두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 예상치 63만5000채를 크게 웃돌면서 주택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아울러 전반적인 주택경기를 가장 잘 나타낸다고 평가받는 NAHB 주택시장지수도 12월에 21을 기록해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판매의 선행지표인 미결주택판매도 10월에 전월대비 10.4%나 증가하면서 앞으로 매매지표가 개선될 것임을 예고했다.

현재 미국경제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주택시장의 회복세는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영향이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주택건설 비용에 대한 공급자의 부담이 완화되는 동시에 수요자의 주택구매 여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여전히 불안한 요소가 존재하고 있어 본격적인 회복세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병길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주택착공과 건축허가 증가의 대부분이 5가구 이상 주택의 착공, 허가 증가에 기인했기 때문에 매월 대형건물 착공, 허가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인다”며 “11월에는 주택착공, 건축허가가 큰 폭의 개선세를 나타냈지만, 향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주택매매 증가…재고소진기간 짧아져

 

한편 11월 미국 기존주택매매는 10월(425만 건)보다 4% 증가한 442만건으로 집계됐다. 당초 증가 예상치 2.2%를 두 배 가까이 웃돌면서 올 1월(464만 건)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냈다. 지역별로도 모든 지역에서 매매 건수가 증가했다. 재고소진기간(매매대기 주택공급량/월 매매건수)은 7개월을 기록하며 7월 이후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정기적인 집계방식의 변경으로, 지난해 주택매매건수가 약 491만 건에서 419만 건으로 하향 조정됐다. 소유자가 직접 매매한 주택거래 중 일부가 매매 건수 산정에서 제외된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존주택매매건수의 주요 집계방식이 전월대비라는 점에서 자료 해석에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고소진기간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은 주택공급이 타이트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미국 주택시장은 디레버리징 대상에서 탈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가계 소득이 줄면서 모기지 연장에 곤란을 겪게 된 점 등을 원인으로 계약 실패건수가 증가했다. 일 년 전 9%를 기록한 데 비해 최근에는 33%까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주택시장의 탄력적 개선을 위해서는 고용회복세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 연구원은 “미국 고용지표가 점진적인 회복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연말 프로모션으로 늘어났던 판매·운송 부문의 임시직의 고용은 연초에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임시직의 급여수준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연초 예상되는 고용지표 둔화가 미국 주택시장에 커다란 악영향을 주지 않겠으나, 주택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렇듯 가계소비의 견조한 증가세 지속과 더불어 주택시장의 회복 조짐 등은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기존에 내년 미국 경제의 성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1.5~2.0% 수준의 낮은 상승폭을 제시했다. 내년 유럽 재정위기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미국 급여소득세의 2%p 인상, 연장된 실업수당의 종료 등이 그 이유로 지목됐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 연말까지 미 의회가 급여소득세와 실업수당을 연장하지 못하면, 이는 미국 경제성장률을 최소한 0.5%p 하향시킬 것”이라며 “또한 유로존 재정위기가 심화되면 미국경제의 자생적 회복이 재차 역풍을 맞을 것임도 분명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내년 대선을 감안할 때 미 의회가 두 조치를 합의할 가능성이 높으며, 유로존 문제는 추가적인 리스크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미국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그는 “2012년 미국경제에 대해 민간수요 회복에 의한 자생적 경기회복을 바탕으로 연간 2.6% 성장할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경제성장률의 상향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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