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업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 롯데마트 (사장 노병용)가 29일 오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남부 반튼주 땅끄랑시에 인도네시아 25호점이자 글로벌 204호점인 빈따로(Bintaro)점을 개점했다.

‘KT&G의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 인수, 동원그룹 세네갈의 참치업체 인수, GS건설의 스페인 담수처리업체인 이니마 인수, SK그룹 호주 성장업체와 인수 협상 진행 중…’

국내 기업들이 해외기업 인수·합병(M&A)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에서부터 아시아의 미얀마에 이르기까지 국경 없이 다양하다.

국내 헬멧 업체가 이탈리아에서 M&A를 추진하는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해외기업 인수에 힘을 쏟고 있는 상태다. 해외기업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일까?

‘해외기업 쇼핑’이 대세

현재 기업들의 M&A가 가장 활발한 지역은 남유럽과 아시아 지역이다.

이중 그리스는 내년 상반기에 35개 공기업과 국유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며 하반기에는 12개 항만과 39개 공항을 민영화 할 예정이다.

한국 기업들의 그리스 공기업 사재기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난 달 말 그리스 아테네에서 주최한 ‘그리스 민영화 포럼’에서 윤재천 KOTRA 지역조사 처장도 “니켈광산을 운영하는 LARCO를 비롯해 국영 가스 기업인 DEPA와 DESFA, 복권업체, 태양광 프로젝트에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국내 상위권 콘택트렌즈 업체인 A사는 이탈리아 점안액 업체 인수를 추진 중이다. A업체 관계자는 “시장 조사는 마친 상태로 인수 대상 업체와 협상 진행 상황에 있다”며 “세계적으로 기술을 인정받고 있는 이탈리아 엔지니어링 업체들에 대해 국내기업들의 문의가 꾸준하다”고 전했다.

제일모직은 최근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콜롬보’를 인수했다. 콜롬보는 1937년 밀라노에서 어거스트 콜롬보가 만든 명품 브랜드로써 1970~1990년 모나코 캐롤라인 공주 등 유명인사들이 애용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초고가 브랜드로 영국, 프랑스, 쿠웨이트 등 8개국 편집매장과 국내 13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아시아권의 M&A 열기도 유럽 못지않다. 유통업체가 주요 인수 대상이다.

롯데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랜드 역시 아시아 M&A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얼마 전엔 중국 장시성에 근거를 둔 유통업체인 홍커룽 인수를 추진했다.

M&A에 대한 관심은 금융권에서도 통한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를 준비 중이며, 우리금융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은행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옛 조흥은행의 베트남 현지법인 신한비나은행과 통합 신한은행 현지 법인인 신한베트남은행을 통해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두 현지 법인을 합친 자산은 10억 달러 규모로 현지 외국계 은행 중에서는 HSBC에 이어 2위다.

신한금융은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 은행과도 M&A를 추진 중에 있다. 이 곳 인수를 통해 중국과 중앙아시아(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동남아시아를 잇는 ‘아시아 벨트’를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KB금융도 마찬가지다. 어윤대 회장은 최근 신흥 전략시장인 아시아 전진기지 구축을 전제로 “글로벌 수준의 인력 육성과 해외 이전 가능한 금융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왜 국내가 아닌 해외인가?

이러한 대기업의 해외기업 사들이기는 해외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글로벌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주가가 급락하고 원화 가치가 절상되자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기업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며 “오히려 위기 때 해외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글로벌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삼성물산이 지난달 29일 미국의 자원개발 회사인 페러렐 패트롤리엄사를 인수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자원개발 투자 사업을 보다 확대하기 위해 해외기업 인수에 적극 뛰어들었다. 최근 유럽발 경제 위기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이어지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해 인수가격이 다소 낮아진 점도 반영됐다.

페러렐 패트롤리엄은 미국 텍사스 주를 중심으로 미국 전역에서 오일 및 천연가스 생산광구를 인수, 탐사하는 기업으로, 2008년을 기준으로 7180억 입방피트의 천연가스를 확보하고 2억 12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다.

삼성물산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확보된 전문 인력들은 육상광구 탐사 및 생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향후 미국에서 자원 비즈니스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효성도 지난 8월 세계 1위 차량용 에어백 직물업체인 글로벌 세이프티 텍스타일스(Global Safety Textiles GmbH, GST)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에어백의 원사부터 원단, 쿠션까지 한 번에 이루기 위함이다.

GST는 독일에 본사를 둔 에어백용 원단, 쿠션 및 고부가가치 원피스 제직등 제품 전문업체로 세계시장 점유율 상위권에 진입할 만큼 경쟁력 있는 기업이다. 특히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30%이상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효성은 이번 인수를 통해 독일,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중국, 남아공, 미국, 멕시코 등 전세계 8개국 11개 사업장을 추가로 확보하게 됐다. 이에 따라 유럽 및 북미 시장 공략이 한층 수월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최근 동남아시아 최대 스테인리스 업체인 태국 타이녹스를 인수했다. 포스코는 지난달 타이녹스의 최대주주인 플라윳 회장 일가가 보유한 지분 51%를 3059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동남아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타이녹스는 1990년에 설립된 태국 유일의 스테인리스 냉연회사로, 연간 24만 톤의 스테인리스 냉연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기업의 이익이 늘어나 자연스레 각 기업들의 가치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해외기업 사재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대기업의 해외기업 인수 바람 탓에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의 매물 량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이에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작년보다 매 물량이 3배가량 많아졌지만 팔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해외에 우량매물이 나오고 있는 탓도 있지만 국내에 반 대기업 정서가 형성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간장의 경우 동반성장위원회의 1차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돼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M&A 자제’ 품목으로 선정됐다. 때문에 CJ제일제당이 간장업체인 오복식품을 인수하려고 했으나 계획을 접어야만 했다”며 “최근엔 반대기업 정서까지 퍼져 대기업들이 국내에선 외형 확장을 자제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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