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예상밴드 1640~2500…‘상고하저’, ‘상저하고’ 엇갈려
IT·금융·자동차 등 공통적으로 추천…“저점매수, 고점매도하라”
연말이 다가오면서 내년 주식시장에 대해 증권사들이 저마다 전망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코스피지수 예상범위가 유난히 넓은 점이 눈에 띈다. 내년은커녕 당장 내일 주식시장조차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을 반영하듯 전망을 내놓는 데 있어 잔뜩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지수가 최저 1640에서 최고 250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지수상단과 하단 차이가 상당하다. 그만큼 곳곳에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 내년 증시전망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간 큰 흐름을 바라보는 시각까지도 ‘상저하고’와 ‘상고하저’로 엇갈리고 있다.
다수의 증권사가 내년 1분기에 집중돼 있는 남유럽국가들의 국채만기 도래를 이유로 상반기에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다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솔로몬투자증권은 내년 코스피를 1600~2400으로 전망해 가장 넓은 예상범위를 제시했다.
내년 상반기는 올해보다 변동성이 적겠지만 세계경제가 부정적으로 예측되고 있어 지수상승여력은 약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유럽 문제가 내년 2분기를 기점으로 마무리될 전망이어서 하반기에는 늘어난 유동성이 증시 상승을 견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로존 재정문제와 선진국 정책수단 부재로 국내외 성장률 자체가 높지는 않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확대된 유동성과 미국의 점진적인 민간자생적인 경기회복 등으로 하반기에는 경기 사이클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009년 경기저점과 유동성 장세에서 경기소비재, IT, 금융섹터의 상승 폭이 컸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들 업종에 대한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삼성증권도 내년 증시가 ‘상저하고’의 형태를 나타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1분기에 유럽 위기 확산과 글로벌 성장모멘텀 둔화로 주가조정을 받다가 2~3분기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위한 정책 공조와 유동성 변수가 주가향방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예상밴드는 1700~2280을 제시했다.
이에 1분기에는 주가 조정 가능성을 고려해 주도주와 방어주를 균형 있게 나눠 담는 '바벨전략'을 유지하며, 정책 촉매가 부각되는 1분기 후반을 전후해 경기민감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삼성물산, CJ제일제당, LG화학, LG디스플레이, 하나금융, NHN, 현대해상, KT&G를 추천주로 선정했다.
현대증권역시 유럽리스크에 대한 추가대책과 유동성 환경에 주가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코스피가 기업이익의 감소로 1640까지 떨어질 수 있으며, 하반기에는 밸류에이션이 회복되면서 2140까지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하반기 IT와 소재, 금융 등의 업종이 유망하다는 판단아래, 주목해야할 최우선주로 LG화학, 삼성물산, 기아차, 만도, 신세계, 강원랜드, 신한지주,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엔씨소프트를 꼽았다.
유럽위기 해소로 고점찍어
반면 ‘상고하저’ 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상반된 전망도 나왔다. 상반기에는 유럽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하다가 세계 경기회복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면서 하반기에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우리투자증권은 경기부양 효과에 따라 내년 상반기 최고 2300까지 지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강현철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등 위험요인이 있지만 이를 방어하기 위해 대부분 국가가 양적 완화와 경기부양책을 사용하고 있어 금융시장의 환경은 주식시장에 우호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미국과 유럽의 자본리스크, 국내 대선이라는 정치적 변수로 세계 경제 상황이 ‘복합 불황’에 처해 성장률과 함께 지수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은행권의 자본확충 과정에서의 진통, 미국의 긴축정책, 미국과 한국의 대선 등이 주식시장에 고민거리를 던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변동폭이 적고 계단형 상승을 보이는 새로운 가치주인 ‘안정 성장주’ 투자 전략을 제안했다. IT, 자동차, 건설, 정유, 게임 등 5가지 업종을 안정 성장주로 꼽았다.
추천 종목은 기아차, 엔씨소프트, 대림산업, 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삼성SDI, 제일모직, 덕산하이메탈, S-Oil 등이다.
동양증권도 내년 코스피지수가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며 1750~2350포인트 안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PIIGS 국채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 1분기에는 변동성 확대로 코스피가 하락 압력을 받겠지만 2분기부터 미국의 양적완화 실시, 중국의 긴축정책 완화에 따라 경기모멘텀이 살아나면서 상승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국내증시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과 3분기 기업이익의 증가 기대감이 지수 상승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세는 3분기 초에 정점을 찍고 소강상태로 접어든다는 전망이다.
스페인 국채 만기가 다시 집중돼 있고, 그리스의 유럽연합(EU) 탈퇴 가능성과 디폴트 우려도 존재하는데다가 계절적 약세 국면이 겹치면서 지수가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 각국의 정치상황도 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지목했다.
이재만 동양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4분기에는 10월 중국의 정권교체, 11~12월 한국과 미국의 대선이 순차적으로 진행돼 신정권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면서 증시가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천 업종으로는 올 연말부터 내년 1분기까지는 전자부품, 디스플레이, 기계, 2분기에는 항공, 건설, 디스플레이를 꼽았다. 3분기는 은행, 항공, 건설업종에 주목하고, 4분기에는 통신, 제약·바이오, 은행업종에 관심을 둘 것을 권했다.
대신증권역시 ‘상고하저’ 장세를 내다봤다. 내년 1분기 2300까지 상승할 것이며 2분기부터 하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높은 변동성에 비해 주가 움직임의 폭은 좁을 전망이라며 지수 하단을 1800으로 잡았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2~4월에 이탈리아 국채 만기 도래가 집중돼 있는 점이 부담요인으로 작용해 4월경 주가 하락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타이어 등을 유망주로 제시했다.
불확실성 증가로 증권사도 예측 곤란
한편 이렇듯 증권사들의 국내증시 예상치가 제각각이고 상단과 하단의 차이가 극심한 데는 내년에도 변동성이 클 것이라는 공통적인 전망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유로존 재정위기에 미국의 더블딥 우려 등 여러 악재들을 만나면서 증권사들의 코스피 예상치가 줄줄이 빗나갔다. 지난해 국내 17개 증권사의 코스피 예상밴드 평균치는 1818∼2387인데 비해 올해 실제로 나타난 수치는 1644∼2231으로 차이가 컸다.
이에 전문가들은 “유럽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탓에 증권사들도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지수 예상밴드가 빗나갈 가능성이 커 아예 유럽리스크 해결여부에 따른 시나리오별 지수 전망을 내놓기도 하는 등 증시예측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