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공모주 증시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 높아
한나라당 “공적자금 투입된 기업 국민에게 돌려줘야”

정치권발로 시작된 ‘국민공모주’가 뜨겁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과 우리금융을 공모주로 매각하자는 주장이다. ‘시장 원칙에 반한다’는 정부나 여당 반대론도 만만찮다. 시각차가 뚜렷하게 나눠지고 있는 ‘국민 공모주’가 실현 가능성 여부가 우선 쟁점이다.

국민공모주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일단 여권 실세 입에서 거론되면서 기대감으로 시장에서 싹트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며 대우조선해양과 우리금융의 국민공모주를 제안했다. 홍 대표는 지난 13일 청와대 회동 때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같은 건의를 했다.

홍 대표가 제안한 ‘국민공모주’는 민영화 때마다 벌어졌던 대기업 특혜 시비를 가리는 것은 물론 대우조선해양과 우리금융 매각은 현재 나온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홍 대표의 자문 교수단이 작성한 ‘공적자금 투입 기업의 국민주 매각 정책제안서’도 이 같은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일단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에 목표를 주기 보다는 저소득층의 소득재분배가 목표다.

한나라당에 내놓은 제안은 우리금융과 대우조선해양의 매각 대상 정부 지분 50%는 월 소득 115만원 미만의 저소득층 600만 명에게 우선 배정하도록 했다. 나머지 50%는 소득 구분 없이 일반 공모 30%와 종업원 우리사주 20%를 각각 배정하자는 의견이다.

다만 우리금융은 외환은행과 같은 국부 유출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국내 산업자본 보유 상한선(9%)을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주 물량으로 따로 나눠 팔자고 건의했다.

국민공모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88년 포스코가 처음 이름을 올렸고 이후 한국전력이이 뒤를 이었다. 당시 포스코는 청약주식 할인율이 63.5%였고 한국전력은 43.5%였다.

엇갈리는 반응 국민공모주 돌파 할 수 있을까

홍 대표의 제안에 우선 남경필,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남 최고위원은 “대기업이 사모펀드에 특혜를 줘선 안 되고 서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줘야 한다는 원칙은 공감한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도 “포스코나 한국전력처럼 국민주 방식으로 국민들에게 혜택을 나눠줘 성공한 사례가 많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의 내놓은 제안서에서 국민공모주 최대 효과로는 ‘빠른 공적자금 회수’, ‘소득 재분배 효과’, ‘특혜시비 차단’, ‘자본시장 활성화’ 등이다.

이 방식은 현재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우리금융의 매각을 조기에 매듭 지을 수 있다. 국민매각 예정지분은 9조원으로 저소득층 약 600만명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대책 없이 미루는 것보다 현재 가치로 파는 것이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며 “국민공모주를 통해 절반을 팔고 나머지 절반은 기관투자자들에게 팔아 주주를 형성하면 지배구조 불안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찬성하는 분위기도 크지만 반대 분위기도 적지 않다.

우선 정부가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던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과제를 달성하기 어렵다. 또 지분매각 과정에서 매각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을 수 없다는 단점과 지분이 분산되면서 적대적 인수.합병에 노출될 우려도 제시됐다. 또 이를 막으려면 정부개입이 불가피 해져 관치 논란을 겪을 수 있다.

매각 이후 기업 가치를 회복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한전과 포스코 민영화 당시에도 국민주가 주가 하락한 사례를 비춰 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정부관계자는 “공모주 청약은 경쟁률이 높아 수천만원을 넣어야 주식 배당을 기대할 수 있다”며 “우선 당첨된 사람만 받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모두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할인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적자금 회수도 무너지고 말 것이다”고 비판했다.

여당 내에서도 엇갈리는 반응들을 내놓고 있다. 이한구 의원은 “당장 먹고살기 힘든 저소득층은 주식을 샀다가도 금방 되팔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주인 없는 공모주 방식으로 매각한다면 자칫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학자 출신의 유승민 최고위원은 “당이 주식 100%를 팔라고 정부에 권고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며 “정치권에서 매각방식을 이야기하면 정부의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증권가 가능성 여부 “글쎄

국민공모주 논란은 금방 증권가로 이어졌다. 국민주 방식 매각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것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만 향후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찬반론이 커지고 있다.

현재 대우해양조선 주식 가운데 국민주 방식으로 매각될 수 있는 것은 산업은행과 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한 9639만2428주다 금액으로는 3조 6918억원이 된다. 이를 30%에 할인된 가격으로 판다면 공적자금 회수금액은 2조 5842억원이다.

우리 금융도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주식은 4억5919만8609주로 종가로 환산하면 5조 4517억 원이 된다. 이 가운데 한나라당이 내놓은 산업자본 보유비율 상한선인 9%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30% 할인된 국민주로 내놓으면 회수금액은 3조 8161억 원이다.

공적자금 회수도 목표지만 무엇보다 향후 주인 없는 구조에서 사업추진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대규모 자금이 주식시장에 공급되는 것이 환영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물량부담이 악재로 작용해 주식시장 가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이 많다.

한 애널리스트는 “빨리 제대로 정책이 수립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외국투자자의 경우 매각이 미뤄지거나 결정되지 않는다면 한국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인수전에 참여한 사모펀드들도 정치권의 반응에 부정적이다. 일단 유효경쟁 구도는 그대로지만 갑작스럽게 판을 변경하는 방식에 대해 불만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영화 유효방식을 그대로 믿고 있지만 혹시 모를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 인수에 참여한 사모펀드는 MBK파트너스와 보고펀드, 티스톤파트너스 등 3곳이다. 이들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정책방향이 빨리 수립되지 않으면 그에 따른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의 ‘먹튀’ 논란에 따른 나빠진 여론도 부담이다. 공모주 방식을 반대했다가 자칫 국민들의 비난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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