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을 신속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
근본적인 도덕적 해이 근절필요

손부호연구원
부실 상태에 빠진 저축은행이 한두 개가 아닌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되고 있는 가운데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금융감독원이 사상최대의 검사인력을 동원해 저축은행 전체에 대한 부실진단에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7일 금융감독원이 사상 최대의 검사인력 182명을 동원해 짧은 시간에 부실을 신속하게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지난 4일 하반기 저축은행 경영건전화 추진 방안을 내놓고 85개 저축은행에 대해 경영진단을 실시한다고 밝혔고, 이번 경영진단에 20개 경영진단반 338명을 투입한 대대적인 검사를 예고했다.

이번에 동원된 인력은 금감원 182명, 예금보험공사 60명, 회계법인 96명 등 기존 검사인력을 3배 이상 확대한 규모라고 한다.

금감원의 경우 기존 상시 검사인력이 57명이었지만 나머지 125명을 회계ㆍ은행ㆍ서민금융 등 타 부서에서 차출했고, 예금보험공사도 15명밖에 되지 않은 검사인력에 타 부서 검사 인력 45명을 대거 이번 경영진단반에 포함시켰다고 한다.

인력을 많이 동원한 이유는 장기간 검사를 진행할 경우 타 업권에 대한 업무 차질이 빚어질 수 있기 상황이기 때문에 검사는 속도전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5일 경영진단 대상 85개 저축은행에 일시에 투입됐고, 특히, 3주 안에 1차적으로 부실 저축은행을 골라내고 이후 금감원, 예보, 회계법인 공동으로 추려낸 부실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3주동안 2차 검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라고 한다.

이같은 속도전이 부실 검사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많은 인력이 투입되고 3개 기관에서 구성된 경영진단반이기 때문에 부실 검사는 있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저축은행에 서민들의 분노로 압축된 폭탄이 향하고 있다. 그 폭탄은 예금자 돈을 자기 돈인 듯 탕진한 대주주, 부실감독한 금융감독원을 향하고 있다. 저축은행 8곳에 5000만원 넘게 예금했다가 다 찾지 못할 피해자가 2만 7000여명이라고 한다.

저축은행이 무더기 도산한 출발점은 부동산 경기 침체다. 부동산 불황(不況)이 길어져 거대 개발 사업에 대출해준 저축은행들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저축은행 사태가 불안한 이유는 안에 숨겨진 부실을 다 잡아낼 수 없다는 점이며, 이번에 여러 군데서 이중장부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비윤리적인 오너는 특수목적회사를 120개나 몰래 경영하면서 예금자 돈을 빼돌리기도 했다.

감독 당국의 감시를 피해 음지에서 엄청난 돈을 굴리는 경쟁이 국내 금융권에서 성행하고 있다. 서울 증권시장은 파생금융상품 거래에서 2년 연속 세계 최고 기록을 세웠는데, 파생상품의 본가라는 시카고·뉴욕 시장까지 누르고 작년에 37억여건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한국 금융이 부쩍 성장했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펀드와 유령회사들이 그만큼 번성하고 있다는 얘기일 뿐이다. 부산저축은행이 특수목적회사를 120개나 따로 운영했다고 놀랄 일은 아니다.

저축은행 사태는 여러모로 대형 폭발로 이어질 잠재력을 갖추었다. 부동산은 깨어날 징조가 없고, 20년 전 일본처럼 건설회사들이 속속 무너지고 있다. 때마침 경기 사이클은 하강국면에 접어들었다. 경제 흐름에 빨간 신호등이 켜지고 있다.

저축은행 경영진과 감독당국의 근본적인 도덕적 해이를 근절하지 않고서는 오늘 겪은 일을 내일 또 반복할 것이다.

기존의 부실을 털어내고 본업인 서민금융에 충실하도록 하는 사업구조 재편에는 많은 돈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공적자금이 분명히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저축은행의 근본적 구조조정과 서민금융의 활성화를 위해 공적자금을 쓰는 것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이런 부실 저축은행과 대주주들이 자신들의 사금고처럼 사용하는 저축은행들을 철저히 색출해 내서 이번 기회에 일벌백계로 국민들의 피같은 돈을 지켜주는 의무를 충실히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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