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총장 사퇴, 대통령 만류… 하지만 쉽게 진정될 기미없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가 검경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30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전달했지만, 이 대통령이 이를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유엔(UN)세계검찰총장회의의 축사를 위해 참석한 이 대통령을 만나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 관한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총장이 물러날 일이 아니다. 임기를 끝까지 채워 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 총장은 사퇴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경의 수사권 조정 문제는 검찰총수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게 중도에 사퇴하는 일로 비화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국회본회의에서 열린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내용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재석 200명 중 찬성 175표, 반대 10표, 기권 15표로 가결됐다.

개정안 반대를 주장하는 의원도 있었다. 하지만 개정안이 가결됐다. 국민의 대표 기관인 국회의 권능을 무시하려는 검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묻혔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박민식(한나라당) 의원은 “만장일치로 합의안을 만들었을 때가 불과 며칠 전이다. 그동안 이를 수정할 만한 무슨 사정변경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또한 정범구(민주당) 의원도 “선출되지도 않았으면서 국민의 통제조차도 거부하려고 하는 이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국회가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형사 소송법 개정안이 가결된 후 당초 합의안이 바뀌어 안타깝다는 내용의 공식 입장을 내놨다.

검찰 일각에선 김 총장의 사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이다.

김 총장은 지난 30일 대검 한찬식 대변인을 통해 "합의와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합의가 깨지거나 약속이 안 지켜지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총장이 사퇴를 결심하게 된 것은 수사권 조정의 실무책임자였던 홍만표 대검기획조정부장에 이어 박용석 대검 차장을 제외한 검사장급 간부들이 사의를 표명한데다 일선 검사들도 수사권 조정의 책임을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져야한다는 의견을 표명한데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0일 국회 표결이후 일선 검사들은 집단적인 대응은 삼가는 분위기이다. 대통령이 자제를 당부한데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이미 법안이 통과된 만큼 반발할 명분을 잃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검찰 내부에서는 수뇌부 책임론이 계속 나오고 있어 이번 사태의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공정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