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 자금 코스닥시장 투자 러시 현상
유가증권시장 보다 시세 조정 쉬워 투자 활발
검은 돈 정체 밝히기 힘들어 시장 난립 예상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A기업의 최대 주주는 외인이다. 50%이상을 외인이 소유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외국기업이나 다름없다. 이쯤이면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다르다.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위장한 투자자가 그 속에 숨어있다.

무엇보다 이들은 절대 투자에 실패하는 법이 없다. 기업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최고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외인투자자로 속여 투자한 뒤 시세차익을 챙겨가고 있다.

DJ정부시절 외인펀드에 인수된 B기업도 검은머리외인이 실제 주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건실했던 B기업을 구조조정 일한으로 외인펀드에 팔아 넘겼다. 외인펀드는 매년 배당금과 일부 주식을 팔아 원금을 이미 회수했다. 현재 M&A시장에 나와 있어 5배 이상에 시세 차익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재계 일각에서는 “B사 지분을 인수한 외인펀드는 검은머리외인이다. 전직 대통령의 통치자금이 해외에서 세탁되어 펀드를 구성해 다시 한국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이것이 검은머리 외인들의 실체이다. 위의 예는 일반적이다. 대부분 기업 오너들은 자신들이 해외로 빼돌린 비자금을 세탁을 거쳐 외인자금으로 둔갑해 국내에 투자하고 있다.

주식을 매입해 지배구조를 탄탄하게 하거나, 신규 사업에 투자되기도 한다. 신규 사업에 투자할 경우 계열사 지급보증을 통해 자금의 손실을 막고 있다. 이는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지고 있다.

검은머리 코스닥 주목 시작
최근 외인투자에 대한 문제점이 심각해지자 금융감독원이 나서 외인투자자 분석에 나섰다.
국내에 투자한 주요 조세회피처는 케이맨군도(8.9%), 버진아일랜드(1.1%)이다. 말레이시아 라부안과 버뮤다 등을 포함하면 11%에 달한다.

케이맨군도 투자 점유율은 영국(40%), 미국(14.3%)에 이어 세 번째이다. 조세회피처를 통한 투자자 모두가 검은머리 외국인은 아니다. 하지만 상당수는 한국인으로 추정된다.
영국인 투자자들은 조세회피처를 통해 투자하고 있다. 조세회피처 은행 대부분이 영국에 본점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영국인 투자율이 높은 것이다.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는 3만2000명(5월말 기준)을 넘어 섰다. 이 가운데 조세회피처에 등록된 투자자는 케인맨군도가 2402명, 버진아일랜드가 708명, 버뮤다 304명 등 이다.

해외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출처가 불투명한 자금이 유입되어 주가조작, 시장교란 행위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실제 이들은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직접 투자에 이어 CD, BW 등 돈이 되는 상품이라면 무엇이든 마구잡이식 투자로 시세차익을 챙겨가고 있다. 한마디로 투자가 아닌 먹고 튀는 형태이다.

은밀한 거래, 시세조정 단기차익 노리기 쉬워
최근에는 코스닥 상장기업에서부터 비상장 장외주식에까지 손을 뻗쳐 시세조정, 탈세 등을 통해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은머리 외인이 코스닥 시장을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것은 시세조정에 따른 단기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은 비교적 안정되어 있다. 반면 코스닥시장은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했다. 특히 외인들이 강력하게 매수하면 ‘테마’가 있는 것처럼 비춰지며 개미들이 따라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을 이용해 코스닥에 투자했다가 주가가 오르면 먹고 튀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증권거래소 자료 분석에 따르면, 2010년 검은머리 외인이 1·2개 증권사 창구를 통해 코스닥 중소형 종목의 지분을 단기간 늘렸다가 차익을 남겼다. 이런 사례를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이들은 한 증권사 창구를 통해 우량 종목을 꾸준히 매수하거나 여러 창구로 중소형주를 분산 매수하는 방식을 주로 이용하는 매매경향을 보였다.

보통 외인의 경우 기업실적 등 우수한 종목에 장기 투자하는 경향이 높은데 반해, 검은머리 외인은 단타 위주의 투자 경영을 보인 게 특징이다.

성창기업 검은머리 외인에 당해
지난 2005년 성창기업도 검은머리 외국인에게 습격당했다. 성창기업은 외인이 50만주 이상 매수했다. 외인지분율을 0.33%에서 8.79%로 급격하게 늘었다.

이상하게도 주가는 하한가를 면치 못했다. 이미 시장에서는 검은머리 외국인이 물량을 털어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당시 성창기업측도 주식을 매수한 당사자들이 검은머리 외국인이 확실하다고 봤다.
이들이 성창기업을 노린 것은 팔아먹기 좋은 주식이었기 때문이다. 주가 조작이 한 눈에 보여도 이미 빠져버린 뒤이다. 외인이 투자한 사실을 알려 개미투자자를 끌어 모아 투자하게 한 뒤 매각해 시세 차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검은머리 외인 사건 가운데 ‘구리왕’ 차용규 카자흐미스 회장을 빼놓을 수 없다. 2004년 삼성물산으로부터 카자흐미스 지분을 인수해 영국 주식시장에 상장해 대박을 냈다. 그는 2006년과 2007년에 지분을 처분했다.

이후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사아 라부안에 페이퍼컴퍼니 제이제이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해 자금을 한국에 들여와 부동산과 국내기업 채권 등에 투자했다. 국세청으로부터 세금탈루 혐의를 받았다.  이 회사는 지난 2008년에 검찰이 코스닥 업체인 한국기술투자 시세 조정에 가담한 혐의를 받았다. 

규제수단 없어 시장 난립
현행 제도 아래서는 검은머리외인을 감별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금감원에 외국인 투자번호만 받으면 각기 다른 펀드를 만들어 신고할 수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싱가포르나 동남에 금융중심지에서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수많은 서류 회사(페이퍼 컴퍼니)가 존재한다. 심지어 한 건물에 이름뿐인 유한화시가 수백개에 달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금감원은 펀드 구성은 살펴보지 않는다. 해당 펀드의 주식 취득과 매매 과정을 감독 한다. 결국 검은머리 외국인의 단타 매매나 시세조정, 주가조작에 따른 폐해는 투자자들이 입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검은머리 외국인의 자금을 밝힌다고 해도 돈의 주인의 향방을 가리는 것도 힘들다. 조세회피처의 자금이나 페이퍼 컴퍼니를 운용하는 사람보다 실제 돈에 운용을 맡긴 사람은 철저하게 비밀리에 붙여지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이들 자금들은 대부분 대기업 비자금, 정치자금으로 추정될 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조세회피처나 페이퍼 컴퍼니 자금이 국내 증시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사실상 확인할 길이 없지만 몇몇 의혹을 가진 펀드나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자료를 모아 관리 감독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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