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NH투자證 전산 사태 발생 ‘재임 위기’

농협 최원병 회장이 농협중앙회장 재선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최원병 회장
노컷뉴스는 최 회장은 농협 재선을 나설 것이라고 20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 회장은 지역에서 총선 출마 권유를 받고 있지만, 이를 고사하고 농협중앙회장에 도전할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07년 말, 회장에 당선돼 올해 말이면 임기가 만료된다.

관련법 개정되어 연임에서 단임으로 축소됐다. 하지만 최 회장은 임기기간 중에 개정되어 연임이 가능하다.

최 회장의 재임 의사가 알려진 뒤 청와대 일각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고 있다고 청와대 한 인사가 전했다.

경북 경주출신의 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포항 동지상고의 4년 후배이다. 20여년 넘게 경주 안강농협조합장과 경상북도의회 의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같은 TK출신에다 학교가 같다는 이유로 회장 당선 초기 때부터 줄곧 최 회장에 대해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기강이 해이해질 것을 우려해 친인척과 주변인들에 대한 관리에 조심스럽게 나서고 있다.

최원병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전국농협노조 회원들
이런 와중에 최 회장의 회장 재선출마는 청와대로선 달갑지 않다.  농협과 관련된 모든 문제에 있어 이 대통령과 연관시켜 바라볼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가 최 회장에 부정적 견해로 바뀐 계기는 바로 농협 전산망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보인 무책임한 태도가 단초로 작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전언이다.

지난 4월 농협 전산망 사태가 발생한 뒤 수습 과정에서 최 회장은 “나는 비상근이라 책임이 없다”고 했다. 또 자신은 상징적인 1인자일 뿐 실제 업무와 책임은 이재관 전무의 소관이었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농협중앙회장 권한이 지나치게 강해질 염려로 인해 회장직은 비상임으로 지배구조를 고쳤고, 예전이었으면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지금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 어색하다는 것이다.

그러자 이른바 2인자인 이 전 전무가 총대를 멨다. 그는 “2008년 중앙회장이 비상임으로 바뀐 이후 최 회장에게 법적 책임이 없다”고 했다. 대신 자신이 책임지고 사퇴를 했다. 하지만 사회적 지탄은 최 회장에게 쏟아졌다. 1인자로서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실제 최 회장은 비상근이지만 매일 출근해 주요 업무를 보고 받고, 1만8000명의 임직원 인사권을 쥐고 있다. 연봉도 2억원 가량 받고 있다. 이것만 봐도 최 회장이 농협에서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갸름할 수 있다.

최 회장의 발언은 권한만 있고 책임이 없는 농협회장의 안일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이 같은 총체적 부실 관리가 전산금융 사태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

당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비상근이니까 책임이 없다고 한 것은 넌센스”라며 “절대 권력을 행사해 온 것은 계열사 CEO를 맡지 않으면서 사실상 지배하는 재벌오너와 다를 게 없다”고 비판했다.
전국농협노조의 민경신 조합장은 “이번 사태의 중심은 최원병 회장이다”면서 “최 회장이 재임 욕심 때문에 비IT전문가를 중용했기 때문이다”면서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최원병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전국농협노조 회원들
실제 농협은 비IT전문가인 정종순 정보기술본부장, 김명기 농협정보시스템 대표가 IT분야에 책임을 맡고 있다. 이들은 최 회장의 최측근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가적 재앙에 비견되던 농협 사태가 북한의 해커 소행으로 일단락됐다. 피해보상과 신뢰회복까지는 갈 길이 멀다. 사태 은폐 및 축소 시도, 허술한 보안시스템 등으로 농협의 이미지는 최악이다.

전국농협노조는 최 회장의 자신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요지부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임을 위한 포석을 두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IT실무를 담당했던 김 대표나 정 본부장의 경우 자리를 보존했다. 일반 기업의 경우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사직이나 경질감이다. 이들이 자리를 보존하고 있는 이유도 최 회장의 측근이기 때문이라는 전국농협노조 관계자에 전언이다.

6월초 농협에 보안관련 부서가 생겼다. 한정열 부장이 정보보호책임자에 선임됐다. 한 부장은 88년부터 1010년까지 IT분야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측 관계자는 “총선 출마 문제나 재임문제는 회장께서 직접 거론한 적이 없다. 일부 언론에서 추측성 보도를 한 것”이라며 “청와대의 부정적 기류라는 것은 더욱 모른다. 내가 말할 사안은 아니다”고 했다.

최 회장을 통해 직접 확인을 요청하자 이 관계자는 “그런 문제로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확인할 필요는 없다. 담당하고 있는 부서를 통해 확인시켜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연락은 없었다.

최 회장 역시도 자신의 거치에 대해 고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MB정부 하반기 접어들면서 이 대통령과 같은 TK지역이며 동문이라는 점이 취임 때와는 달리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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